지난달 26일 서울 정동제일교회에서는 의미 있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감리교회 목회자와 신학자 50여명이 참석한 행사였다. 참석자들은 감독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기독교대한감리회가 겪은 내홍의 역사를 돌아보며 교단의 자성을 촉구했다. 한 목회자는 “선거 때문에 지난 8년간 열린 재판이 106건이나 된다”며 “감리교단은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는 소리를 듣기에 마땅하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심포지엄은 교단이 감독회장 선거 파행으로 겪은 자중지란의 역사를 정리한 백서 ‘감리교 개혁을 말하다’ 발간을 기념해 열린 행사였다(국민일보 11월 27일자 30면 참조). 기독교대한감리회는 2008년과 2013년 감독회장 선거 등이 잇따라 혼탁하게 치러지면서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백서 발간을 주도한 인물은 지학수(52·부평 임마누엘교회) 목사 등 10여명의 감리회 개혁을 촉구하는 목회자들이었다. 대표 집필자 지 목사는 전 감리교목회자연대 정책위원장을 지냈다. 7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지 목사는 “이번 백서 발간이 감리교단 개혁의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감리교단은 1970년대까지 분열과 통합을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관련 자료가 모두 소실된 상태입니다. 이제부터라도 누군가는 내홍과 관련된 자료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진정한 회개와 성찰을 위해 필요한 작업입니다. 회개와 성찰이 선행되지 않은 개혁은 사상누각이기 때문입니다.”
지 목사는 2012년 5월부터 이른바 ‘감리회 사태’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했다. 그렇게 탄생한 백서는 총 7권으로 5500쪽이 넘는다. 200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선거 탓에 벌어진 소송전의 내용과 관련 판결문, 각종 회의록, 언론 기사 등이 담겨 있다.
“자료를 취합하며 정한 원칙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중립적인 자료만 싣는다. 둘째, 특정인을 공격하는 자료는 싣지 않는다. 셋째, 개인의 사적인 감상을 적은 글은 배제한다.’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객관성을 담보하는 백서를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백서 제목을 ‘감리교 개혁을 말하다’로 명명한 이유도 들을 수 있었다. 지 목사는 “백서에는 감리교의 치부가 담겨 있다”며 “백서를 본다면 교단의 개혁 방향까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진행된 사태에는 교단의 패거리 정치, 각종 불합리한 제도 등이 다 녹아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지 않으면 감리교단은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갈 수 없습니다.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10년, 혹은 20년 뒤 감리교단은 중소교단으로 전락해버릴 겁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감리교백서 발간 주도한 지학수 목사 “8년간 내홍의 역사 기록… 교단 개혁 전환점 되기를”
입력 2015-12-07 2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