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시·도립 무용단 예술감독들이 처음으로 조직을 만들었다. ‘전국 시·도립 무용단 예술감독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공공성과 예술성 부재로 비판받고 있는 시·도립 무용단의 개혁이 시급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예술감독들이 무용단의 적폐를 스스로 고치겠다고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예술감독들은 6일 서울 대학로에서 대구시립무용단의 홍승엽 예술감독과 경기도립무용단의 김정학 예술감독을 공동대표로 선출했다. 협의회는 내년 2월 공식 출범식을 갖는다.
홍승엽 예술감독은 7일 국민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시·도립 무용단이 오랫동안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채 운영되다보니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지자체와 상하관계로 있으면서 무용계의 일원이자 예술가로서 지켜야 할 기본가치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도립 무용단에 걸맞은 공공성과 예술성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협의회에서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시·도립 무용단은 1974년 서울시무용단이 창단된 이후 80년대 지방자치단체마다 앞 다퉈 만들면서 현재 21개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 무용계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은 미약하다. 민간단체들에 비해 안정적인 인프라를 구비하고 있지만 좋은 작품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방만 운영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단적으로 연습시간은 상당수가 하루 4∼5시간에 불과하고 연간 공연 횟수는 50회를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춤비평가협회는 ‘한국의 공공무용단 운영, 무엇이 문제인가’ 심포지엄을 열고 운영실태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지역 공공무용단 단원 자리는 예술가라기보다는 안정적 월급이 보장되는 공무원과 다름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원 40명의 시·도립 무용단에서 무대에 올라 춤추는 단원들은 25명 안팎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춤을 추지 않는 고령의 호봉제 단원들은 주역을 맡는 후배보다 더 많은 급여를 가져간다. 신작을 올릴 때마다 춤출 수 있는 무용수가 부족해 외부에서 젊은 객원 무용수를 데려와야 하는 실정이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에는 지자체가 무용의 특수성은 고려하지 않고 공무원시스템을 적용한 탓이 크다. 또 직업 전환이 어려운 단원들은 퇴직을 꺼리고 있다. 단원 평가제와 오디션이 없는 상황에서 정년이 60세로 연장될 경우 무용단의 미래는 더 암울해질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아울러 정년이 보장되는 무용수에 비해 예술감독 임기는 2∼3년에 그치다 보니 레퍼토리 선정 등 무용단의 장기 발전계획을 세울 수도 없다. 단체장과의 친분으로 예술감독이 되기도 한다.
무용평론가 장광열은 “협의회 구성은 시·도립 무용단의 운영이 한계에 달하면서 합리적으로 바꿔보려는 마지막 시도가 아닌가 싶다”며 “지자체도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무용단의 개혁 필요성을 인식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단독] “정체된 시·도립 무용단 개혁 시급하다”… 예술감독 협의회 조직 내년 공식 출범키로
입력 2015-12-07 2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