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한국 대표 영화인 낳은 스타 산실… 합동영화사 역사, 홈피에 고스란히

입력 2015-12-07 20:43 수정 2015-12-08 00:14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은 1989년 국내 최초로 복합상영관인 멀티플렉스를 도입한 영화관이다. 종로의 단성사, 충무로의 대한극장과 함께 1970, 80년대 극장가를 주도했던 서울극장의 모체는 1964년 설립된 합동영화사다. 당시 곽정환(1930∼2013) 감독이 설립한 합동영화사는 1972년 ‘쥐띠부인’(위 포스터)을 시작으로 역대 최다인 6차례 대종상 작품상을 받았다.

당대를 풍미한 여배우 윤정희는 합동영화 작품인 ‘청춘극장’(1967)으로 데뷔했고, 배우 김혜수는 ‘깜보’(1986·아래 사진)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안았다. 역시 ‘깜보’로 데뷔한 배우 박중훈이 합동영화사를 들락거리며 빗자루로 사무실 청소까지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고은아 김지미 신성일 엄정화 손창민 심혜진 등도 합동영화사와 인연을 맺은 배우들이다.

‘마부’(1961)로 베를린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은곰상을 받은 강대진 감독을 비롯해 강제규 이준익 유하 감독, 심재명 명필름 대표 등이 합동영화를 통해 입문했다. 합동영화사는 1978년 종로 세기극장을 인수해 이듬해 서울극장을 설립하면서 배급·극장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1990년대 들어서는 UIP, 워너브러더스, 20세기폭스 등 할리우드 영화를 수입하기도 했다.

곽정환 회장은 영화 제작·수입·배급·투자·상영을 아우른 ‘충무로의 대부’로 불리며 영화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쳤다. 영화제작자협회, 전국극장연합회, 서울시극장협의회 등 회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1989년 직배영화를 상영하던 시네하우스 건물에 불을 지르게 한 혐의로 1996년 구속됐다. 당시 ‘애니깽’을 제작한 그는 대종상 심사위원들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1996년 2선으로 물러난 곽 회장은 한국영화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2012년 대종상 공로상을 받았다. 2013년 세상을 떠난 후 부인인 원로배우 고은아(본명 이경희)씨가 합동영화사와 서울극장의 대표를 맡고 있다. 고 대표는 올해 정부 지원금 삭감으로 위기에 빠진 부산국제영화제에 1억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50여년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진 합동영화사가 최근 공식 홈페이지(http://hapdongfilm.com)를 처음 개설했다. 1960∼1990년대 제작한 한국영화 247편의 감독·배우·개봉일·시놉시스·저작물 사용방식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한국영화 발전에 한 획을 그은 합동영화사의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