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출신의 조지 밀러 감독이 1979년 이후 무려 36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할리우드 스타 멜 깁슨에 이어 주인공 맥스를 연기한 영국 배우 톰 하디(38). 전쟁영화 ‘블랙호크 다운’(2001)에서 단역으로 얼굴을 내비친 뒤 ‘톰 하디의 도망자’(2002) ‘폭풍의 언덕’(2009)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등에서 주연을 맡아 캐릭터가 분명하고 선 굵은 연기를 선보였다.
두 얼굴의 톰 하디를 볼 기회가 왔다. 1960년대 영국 런던을 지배한 쌍둥이 갱스터인 크레이 형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레전드’(사진)에서 그는 생애 처음으로 1인2역을 맡았다. 이전 영화 ‘크레이 형제’(1990)에서는 게리 켐프와 마틴 켐프 형제가 각각 형 로니 크레이와 동생 레지 크레이 역을 맡았다면 이 영화에서는 톰 하디 혼자서 두 명을 연기했다.
1933년 런던의 이스트엔드에서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난 크레이 형제는 어릴 적 배운 복싱 실력으로 갱단의 리더에 오른 뒤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며 일약 유명인사로 부상했다. 비틀스와 롤링 스톤즈가 팝음악을 평정하고 카나비 스트리트(런던의 유명 쇼핑가)가 패션을 지배했다면 두 형제는 런던의 뒷골목을 주름잡았다.
10분 후에 태어난 동생 로니는 편집성 정신분열증을 앓았다. 영화는 이 사실에 주목해 레지는 스마트하고 로맨틱한 캐릭터로, 로니는 무모하고 통제 불능의 인물로 그렸다. 톰 하디가 연기한 형제의 이미지를 이전의 배역과 비교하자면 레지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맥스와 비슷하고 로니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악당 베인과 닮았다.
톰 하디는 형제를 동시에 연기하기 위해 눈빛, 표정, 말투, 행동 등을 차별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프랜시스와 사랑에 빠진 레니는 여인의 바람대로 정직한 삶을 살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다. 특히 동생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훼방을 놓는다. 결국 형제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고 영화는 파국적 결말을 맞이한다. 영화 제목은 레지의 영구차 위에 놓인 흰색 카네이션으로 형상화한 단어 ‘레전드’에서 따왔다. 10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132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대세남 톰 하디를 ‘1+1’로… 영화 ‘레전드’서 갱스터역으로 1인2역
입력 2015-12-08 18:59 수정 2015-12-08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