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남자의, 세 남자에 의한 흥행질주… 18일 만에 관객 500만 돌파 ‘내부자들’ 3단 성공 비법

입력 2015-12-08 19:01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내부자들’에서 정치깡패로 나오는 이병헌과 웹툰 포스터, 신문사 논설주간으로 권력을 설계하는 백윤식, 정치·재벌·언론이 결탁된 비리를 파헤치는 검사 역의 조승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세 배우의 열연에 힘입어 7일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쇼박스 제공

개봉(11월 19일) 후 18일 만인 지난 7일 500만 관객을 돌파한 ‘내부자들’(우민호 감독)은 10여 가지의 흥행기록을 세우고 지금도 새로 쓰고 있다.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최단기간 100만 돌파(개봉 3일째), ‘암살’ ‘베테랑’과 100만 돌파 타이기록,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일일 최다 관객(48만9503명) 및 개봉 주 최고 흥행(160만5824명), 11월 개봉 영화 최단기간 500만 돌파 등이다. 무엇이 관객들을 이토록 몰려들게 하는가. ‘내부자들’의 흥행 포인트를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본다.

◇웹툰에는 없는 긴박감 넘치는 시나리오=‘내부자들’은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웹툰에 나오는 주요 인물인 정치깡패 안상구와 신문사 논설주간 이강희, 여당 유력 정치인 장필우는 영화와 같다. 하지만 구체적인 이미지는 다르다. 영화에서는 웹툰의 다소 단선적인 인물들에게 강한 캐릭터를 부여한 게 주효했다.

웹툰에서 안상구는 덩치가 크지만 영화에서는 날렵한 외모다. 웹툰에서 그는 웃음기라고 찾아볼 수 없는 전형적인 조폭이다. 반면 영화에서는 다소 허술한 데가 있는 인물로 그려졌다. 강인하면서도 때로는 허허실실 이병헌의 연기가 그래서 재미있다. 웹툰에서 비중이 적은 이강희를 영화에서는 권력의 밑그림을 그리는 중심인물로 내세워 흥미를 유발한다.

영화에는 웹툰에 없는 우장훈 검사(조승우)가 나온다. 웹툰에서는 정치권과 재벌의 결탁관계를 파헤치는 인물로 기자가 등장한다. 하지만 언론까지 가세한 비리를 들춰내는 역할로 검사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웹툰에서는 기승전결이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영화는 반전의 복수극과 함께 권선징악의 결말로 통쾌함을 선사하는 게 매력이다.

◇이병헌·조승우·백윤식의 3색 연기대결=스릴과 반전을 거듭하는 잘 짜여진 시나리오를 3명의 배우가 기막히게 연기했다. 안상구 역을 맡은 이병헌은 완벽한 변신으로 “역시 이병헌”이라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하다. 깡패 캐릭터이지만 영화를 좋아하고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쓰는 인간적인 인물로 중간 중간에 웃음을 자아낸다.

뮤지컬 티켓 파워 1위를 자랑하는 조승우는 ‘암살’에 이어 ‘내부자들’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우장훈 검사 역을 그는 처음엔 거절했다. 검사 역할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병헌과 꼭 한번 같이 해보고 싶다는 갈망으로 참여했다. 피해의식이 있으면서 출세 지향적인 검사로 이병헌과 환상의 콤비를 이뤄 관객을 끌어들였다.

백윤식도 배역이 너무 부정적인 인물이어서 선뜻 내키지 않았다. 그러다 “논설주간 이강희 역은 백윤식이라는 배우가 소화시켜줘야 한다”는 감독의 설득으로 출연을 결심했다. 백윤식은 영화에서 다 벗은 뒷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권력가들이 수치심이 없다는 점을 얘기하는 대목이다. ‘빛나는 조연’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가 있었기에 현실감이 살아났다.

◇의미심장하고 웃음 자아내는 명대사들=“이런 여우같은 곰을 봤나.” 극중 백윤식이 이병헌에게 하는 말이다. 여우처럼 꾀를 쓰려고 하나 곰같이 우직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이병헌 배역의 성격을 암시한다. “청소를 시켰으면 청소만 하면 되지 쓰레기를 훔칠라 카노.” 미래자동차 조 상무가 이병헌에게 하는 대사로 깡패는 시키는 일이나 잘 하라는 얘기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적당히 짖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사건이 불거져 위기에 처하자 백윤식이 윗선에 전화로 하는 내용으로 권력자들의 민중에 대한 시각을 드러낸다. “정의? 대한민국에 그렇게 달달한 것이 남아있긴 한가?” 이병헌이 조승우에게 대꾸하는 말로 정의가 실종된 우리 사회의 병폐를 상징하고 있다.

백윤식이 검찰조사 후 기자들에게 이병헌의 과거 행적에 대해 “범죄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에서 “매우 보여진다”라고 정정한 것은 단어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언론의 속성을 드러낸다. 하이라이트는 “몰디브 가서 모히토 한잔 하자”를 “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잔 하자”라고 하는 이병헌의 대사다. 이병헌의 즉흥 애드리브로 사뭇 진지한 영화에 웃음 코드로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