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1만4000명)이 거리로 나선 5일 2차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폭력의 악순환은 재현되지 않았다. 집회 참가자와 경찰은 날선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눈치를 살피며 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많은 인원이 서울 한복판에 운집한 정부 비판 집회가 이만큼 평화롭게 진행되기는 올 들어 처음이었다.
폭력을 사라지게 한 건 무엇보다 세간의 시선이다. 지난달 14일 1차 민중총궐기 대회 이후 여론은 등을 돌렸다. 반복된 폭력은 의도된 폭력이나 다름없었다. 동정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 4일에는 한 기업인이 일간지에 폭력시위를 비판하는 의견광고를 내기도 했다. 그는 평소 검찰 법원 등 공권력을 비판하던 인물이다.
집회 참가자들 역시 반복되는 폭력시위에 염증을 느꼈다. ‘이런 집회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회의론이 자성의 목소리로 터져 나왔다. 1차 대회에 참가했던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불법시위만 남고 (집회) 목적은 사라졌다. 지금처럼 해서는 정부에 압박감은 전혀 주지 못하고 오히려 불리해진다”고 했었다.
정부는 여론을 업고 강공에 나섰다.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부총리,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까지 한목소리로 “폭력시위 엄단”을 외쳤다. 경찰은 구속 수사와 압수수색, 손해배상 청구 등 수단을 총동원해 집회 참가 단체를 압박했다. 사면초가에 처한 민주노총 등은 평화집회를 성공시켜 폭력 시위꾼이란 오명을 벗는 게 급선무였다.
평화집회 성사를 위해 종교계와 시민단체, 정치권이 손을 잡았다. 이들은 지난 2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와 행진이 평화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중재에 나섰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 기독교 단체가 힘을 보탰다. 이 과정에서 YMCA 환경운동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온건·중도 단체가 키를 잡았다.
이런 노력에도 집회가 끝까지 금지됐다면 평화집회는 어려웠을 것이다. 민주노총 등은 집회를 강행할 계획이었다. 그랬다면 “불법 집회”라며 강제 해산에 나선 경찰과 충돌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일 법원은 합법 집회의 길을 터줬다.
경찰은 집회를 마뜩찮아 하면서도 차벽과 살수차를 내세우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현장에서 과잉 진압 여부를 살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서울시에서 허가받은 광화문광장 문화제를 취소했다. 경찰과 집회 주최 측이 서로 패를 물러주며 충돌 여지를 줄인 셈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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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5만명 집회 ‘폭력 사태’ 재현 안된 이유는… 평화시위, 하면 된다
입력 2015-12-07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