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사역을 요약하면 ‘치유’와 ‘영혼 구원’이다. 장애인 전문가인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장애인 선교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1977년 설립된 베데스다선교회에서 강의와 봉사를 했고 장애인 계몽 봉사 전도를 모토로 설립된 밀알선교단에서도 대학 동아리를 섬겼다. 2000년대 초에는 김일권 목사님이 설립한 재활선교신학교 학장으로 재활선교사를 양성하기도 했다.
장애인 복음전파에 세 가지 두꺼운 장벽이 있다. 첫째, 장애인들을 교회에서 환영하지 않고 오히려 방해된다며 예배에 잘 참여시키지 않는 장벽이다. 둘째, 확대 주보나 점자 주보, 수화 통역사가 없어 주일학교 운영 및 예배 등 의사소통의 장벽이 있다. 셋째, 휠체어장애인이 도저히 접근이 불가능한 건축구조물의 장벽이다.
난 이런 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언론 기고와 강연을 통해 강조하곤 했지만 항상 한계에 부딪쳤다. 아울러 한국이 지식정보사회가 되면서 장애인선교 패러다임도 바꿔져야 했다. 초창기는 장애인시설에 찾아가 복음을 전하고, 집에 혼자 지내는 장애인을 발굴하는 대면선교가 불가능해지면서 장애인선교회 스스로 복지법인을 만들어 선교를 이뤄가는 형태로 전환된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내게 장애인 복지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벅차게 주셨다. 그것을 어떻게 다 감당하느냐고 했지만 오히려 감사의 조건이었다. 은혜복지재단 이사장을 맡은 것을 비롯해 밀알복지재단, 브솔복지재단, 한국재활재단, 한국뇌성마비복지회, 에덴장애인복지관 등 10곳이 넘는 곳에서 이사와 감사로 참여하고 있다. 난 이곳에서 전문성이나 노력을 나누는 것보다 오히려 더 배우고 있다.
2005년에는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김성이 교수님 등 일곱 분과 ‘교회사회복지의 철학과 방법’을 집필한 것은 현장 봉사에서 얻은 복지선교 열매이기도 했다. 또 손봉호 교수님과 홍정길 정형석 목사님은 밀알복지재단 이사로 함께 참여하며 장애인 사역 롤모델로 깊이 존경하게 됐다.
2014년 1월 초 새벽기도 중에 발달장애인에게도 복음이 전해져 천국시민으로 세례를 베풀어야 한다는 소명감이 불타올랐다. 바로 밀알복지재단의 정형석 대표에게 발달장애인을 위한 세례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을 제안했다.
“목사님, 발달장애인들이 의사소통 장애로 세례 기회마저 박탈당한다면 이분들은 천국백성이 되지 못할 거 아닙니까?” “예, 저도 발달장애인들에게 세례를 집례하면서 항상 이것이 잘되었는지 확신이 안 올 때가 있었습니다.”
정 목사님은 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 정도선 국장이 만든 제안서를 검토하고 앱 개발비 3000만원을 지원해주셨다. 1년6개월여의 연구 끝에 밀알발달세례 앱이 드디어 개발됐다. 이 앱은 천지창조, 인간의 타락, 예수님과 구원, 교회생활, 신앙생활 등에 대한 내용이 잘 정리돼 있다. 여기에 이해하기 쉬운 15개 세례문답이 들어 있어 발달장애인들이 이를 받아들이고 터치만 도와주면 된다.
밀알선교단에서 이를 기점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예배 ‘worship together’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밀알발달세례 앱 제공 세미나를 열어 적극 보급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여기에 편승해 워십 투게더 슬로건과 함께 ‘복음의 무장벽운동(Gospel Barrier Free)’을 제안했다. 어느 교회나 작은 자, 장애인을 위한 장벽을 허물고 사랑과 인내, 관심으로 섬겨주자는 것이다.
내가 섬기는 분당영광교회도 발달장애인 학생 한 명이 출석을 하고 있어 내가 한 사람을 위해 ‘영광부’를 만들었고 매주 성경공부와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인원이 점점 늘고 있다. 이런 운동이 한국교회 전체에 널리 퍼져 나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역경의 열매] 김종인 <17> 발달장애인들 사용 쉬운 ‘세례 앱’ 제안해 개발
입력 2015-12-07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