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는 중동발 테러와 그에 따른 난민 사태의 원인을 중동 지역의 경제적 불평등에서 찾았다.
피케티 교수는 최근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기고한 글에서 “석유 판매로 축적된 막대한 부가 일부 국가의 상위 소수에게만 집중돼 있다”면서 “이 같은 배경에서 정치 및 사회적 체제가 불안정해졌고, 테러리스트들은 사회에 대한 대중의 불만 속에서 세력을 키워나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동 지역의 국가별 인구 비율과 부(富)의 비율이 심각한 불균형을 이룬다고 지적했다.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대표적인 산유부국들은 중동 전체를 놓고 봤을 때 60%에 가까운 경제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중동 인구의 16%에 불과하다. 다른 지역의 상황과 비교하면 상위 1% 인구에 집중된 부의 비율은 중동이 26.2%로 미국(22.83%) 남아프리카(17%) 서유럽(11%)보다 높았다.
피케티 교수는 “중동 지역은 지구상에서 가장 불평등한 곳”이라면서 “극소수 인원이 부를 독점한 가운데 여성을 포함한 대다수는 노예와 같은 상태에 있다”고 봤다.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대중의 삶이 힘들어지면서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더 많은 동조자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중동의 젊은이들에게 우리가 말하는 민주주의나 사회 정의가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피케티 교수는 중동의 전쟁 상황이 계속되고 사회체제가 불안정해진 데는 서방 국가들이 산유부국들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면서 중동 분쟁에 계속해서 개입한 탓도 있다고 진단했다. 석유를 팔아서 얻은 경제적 이익을 지역 개발에 투자하지 않은 상위 계층에 현재 상황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도 강조했다.
중동의 혼란과 테러리즘의 부상에 대해 피케티 교수와 다르게 보는 의견도 있다. 미국 CNN방송은 지난 3일(현지시간) ‘무엇이 테러리스트를 만드나: 테러리즘의 경제학과 뿌리’의 저자인 경제학자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가 전 세계 테러조직, 증오단체에 가입한 이들의 배경을 조사한 결과 경제적 상황이나 교육 수준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팔레스타인 출신 자폭테러범 가운데 60% 가까이는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었다. 전체 팔레스타인 인구 중 그 같은 학력을 가진 사람은 15%에 불과하다.
크루거 교수는 “대부분의 테러리스트들은 극빈층이 아니며 어떤 것에 대해 죽음을 불사할 정도로 강렬한 열망을 가진 사람”이라면서 “경제가 아닌 사상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임세정 기자
[월드 이슈] “테러·난민 사태 근원은 오일머니의 편중”
입력 2015-12-08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