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총기난사범 말리크는 누구… 니캅 쓰고 다닌 테러범, 이웃도 얼굴 몰랐다

입력 2015-12-07 04:01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 총기 테러사건 용의자 타시핀 말리크(왼쪽 사진)와 그녀가 약학대 재학 시절 파키스탄 물탄에서 살던 집. 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 총기사건이 과격화된 이슬람주의자에 의한 테러 사건으로 굳혀지는 가운데 부부 용의자 중 아내인 타시핀 말리크(27)가 이번 사건을 주도했을 것이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출신인 말리크는 지난해 남편 사이드 파룩(28)과의 합법적 결혼을 통해 미국에 왔다.

말리크는 파키스탄 펀자브 지방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아버지가 재산문제로 집안과 불화를 빚어 그녀가 채 몇 살 안 됐을 때 가족 전체가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사를 갔다. 이후 그녀는 2007년 파키스탄의 대학에서 약학을 전공하기 위해 귀국했다.

이전까지 ‘모던 걸’로 평범한 여학생이었던 그녀가 변하기 시작한 건 2009년부터였다. 친구 아비다 라니는 WP와 인터뷰에서 “2009년 들어 약학보다 이슬람 공부에 더 심취했고 밤에는 거의 매일 마드라사(이슬람 종교학교)에 갔다”고 말했다. 라니에 따르면 말리크가 다닌 종교학교는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를 신봉하는 와하비즘(Wahabism) 계열이다. 와하비즘은 이슬람 초기 시대의 금욕적인 생활을 따르고 이슬람 이외의 외부 체제를 배격해야 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며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가 세속적인 서방사회에 대한 테러를 정당화하는 이론적 토대가 됐다.

그녀는 4학년이 되면서부터 더욱 원리주의에 충실해졌다. 특히 얼굴을 가리지 않은 자신의 사진이 학교 데이터베이스(DB)에 남는 게 싫어 재학 서류나 도서관 대출카드 등에서 자신의 모든 사진을 지우려 했다. 다만 그녀의 교수인 아티프 니사르 마흐메드 교수는 “말리크가 보수적이었지만 얌전한 학생이었다”고 전했다.

말리크는 2013년 사우디로 다시 돌아왔고 이듬해 결혼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말리크는 지난해 결혼중개 사이트를 통해 파키스탄 이민 가정 2세이자 미 보건담당 공무원으로 일하는 파룩을 만나 결혼했다. 그녀는 미국에 와서도 눈만 노출하는 이슬람 전통 옷인 니캅을 쓰고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인에 노출을 꺼려 남편이 모스크에 갈 때도 차 안에 머물러 있었다.

WP는 “테러 사건 뒤 남편을 아는 사람은 많았지만 말리크를 안다는 사람은 주변에 거의 없었을 정도로 철저히 베일에 싸인 삶을 살아왔다”며 “남편의 누이들도 6개월 된 딸을 남기고 올케가 그런 일을 저지를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