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직격탄’ 베네수엘라… 17년 만에 좌파몰락 예고

입력 2015-12-06 22:14

‘21세기 사회주의 혁명’의 나라로 불리는 베네수엘라에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집권 이후 17년 만에 여당의 첫 총선 패배가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달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12년 만에 중도 우파가 집권하고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리는 등 남미에서 좌파의 위기가 가속화하는 추세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은 6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베네수엘라 집권 연합사회당(PSUV)이 대부분 지역에서 우파 야당 민주통일라운드테이블(MUD)에 25∼30% 포인트의 지지율 격차로 뒤지면서 패배 가능성이 짙다고 보도했다. PSUV는 현재 의회 전체의석 167석 중 과반인 99석을 차지하고 있으나 이번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1998년 차베스 대통령 집권 이래 집권세력 PSUV는 19세기 남미 사회주의 혁명가의 이름을 따 ‘볼리바르 혁명’을 선언하고 정치·경제 개혁과 민중조직화, 특권층인 ‘에스콸리도스(escualidos)’ 축출을 추진해 왔다. 이들의 사회주의적 복지정책은 몇 년 전까지 국제 원유가격이 높았을 때 힘을 발휘하며 대중의 큰 지지를 받았다. 2013년 차베스가 암으로 사망한 뒤에는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53·사진) 부통령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최근 유가가 급락하면서 식량 부족과 물가상승이 겹쳤다. 최근 현지의 3대 대학 공동 조사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빈곤층 비율은 2년 전 27%에서 현 75%로 50% 포인트 가까이 폭증했다. 여기에 지난달 반정부 시위에서 민간인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야권 인사 감금과 출마금지 등 정치적 탄압이 잇따르면서 상당수 국민이 집권당에 등을 돌렸다.

총선에서 야권이 의석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 경우 2018년까지가 임기인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조기 탄핵을 위한 국민투표가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새 국회가 들어서기 전 PSUV가 대통령 권한 강화를 위해 법 개정을 시도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차비스트’(차베스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야권 세력의 정면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조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