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2위 우유 업체마저 갑질

입력 2015-12-07 04:01

이른바 ‘갑을관계’를 이용해 납품업체에서 수년간 금품을 받아 챙겨온 대형 우유회사들의 비리가 드러났다. 업계 1·2위를 다투는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매일유업 임직원들이 납품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재빈)는 서울우유 이동영(62) 전 상임이사와 매일유업 김정석(56) 전 부회장 등 두 업체 임직원 12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에게 4억1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건네고 회사 자금 2억4700만원을 빼돌린 우유 용기 납품업체 대표 최모(62)씨도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우유 이 전 상임이사는 2010년부터 지난 5월까지 최 대표에게 “납품계약을 유지하고 불량품이 나와도 무마해주겠다”며 8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상임이사가 1명인 서울우유에서 그는 사실상 최고경영자였다. 지난달 검찰이 자신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를 시작하자 상임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전 상임이사뿐 아니라 본부장과 팀장급 직원들도 ‘갑질’에 동참했다. 송모(46) 경영전략팀장은 “납품계약에 편의를 봐주겠다”며 최 대표에게 2200만원을 받았다. 다른 간부직원 4명도 각각 1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겨 모두 불구속 기소됐다.

매일유업 창업주의 차남이자 김정완 회장의 동생인 김 전 부회장은 회삿돈 약 48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2008년부터 오너 일가임을 이용해 납품 중개 업체를 운영하며 회사 수익금을 빼돌렸다. 그중 32억원은 생활비나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2010∼2011년 매일유업 부회장으로 재직했다.

그의 ‘갑질’에는 회사 직원들도 함께했다. 노모(53) 전 부장은 김 전 회장과 횡령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다. 홍모(42) 전 구매팀장은 2013년부터 납품단가를 유지하거나 물량을 늘려달라는 부탁과 함께 최 대표로부터 수표 1억2000만원과 3000만원 상당의 승용차를 받았다. 같은 팀 이모(38) 과장도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같은 청탁을 받고 9600만원을 최 대표에게 받았다.

최 대표는 주로 골프장이나 술집 등에서 이들에게 금품을 건네거나 차명계좌를 통해 돈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 전 부회장의 횡령과 관련해 추가 비리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우유 업계의 갑질에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소비자다. 납품 가격 산정에 로비 비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우유업계의 비리가 직간접적으로 유제품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대형 우유업체의 납품 비리를 지속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