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합의에 실패해 저유가 행진에 제동을 걸기가 어려워졌다. 다른 원자재가격도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원자재가격 하락폭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현 상황은 분명 글로벌 경제에 적신호다.
OPEC는 4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특별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016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40달러 선이 무너지며 전날보다 2.7% 떨어진 39.97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1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1.92% 내린 배럴당 43.0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70% 가까이 급락했다. 비철금속(-32%) 곡물(-18%)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마찬가지로 약세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블룸버그 원자재가격지수(BBG 인덱스) 하락폭은 최근 5년(2011∼2015년) 평균 33%로 2008년 금융위기 때(35%)와 유사하고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수준(27%)을 상회한다.
이처럼 가격 하락세가 심각한데도 곧 반등할 것이란 전망은 찾아보기 어렵다. 바클레이스와 HSBC는 세계경기 둔화와 과잉공급, 미국 달러화 강세 등으로 인해 원자재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주요 산유국 간 감산 공조가 불발됨에 따라 저유가 경쟁 지속이 불가피해 내년에도 글로벌 원유 수급의 재균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관측했다.
저(低)원자재가격의 지속은 자원수출국은 물론 세계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산유국들은 이미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러시아는 수출 감소와 외자 이탈, 환율 및 소비자물가 급등으로 외환보유액이 줄고 외채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성장률이 둔화되고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으며 재정적자도 급증하는 중이다.
자원수출국의 재정지출 여력이 계속 약해지는 것은 글로벌 경제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특히 산유국 국부펀드들이 경기 부양과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오일머니 회수에 본격 나선다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세계 금융시장 전체가 불안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세계 국부펀드 중 58%를 에너지 수출국이 차지하고 있다”며 “오일펀드의 투자금 회수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동반될 경우 신흥국 자산시장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OPEC 감산합의 실패… 추락하는 유가 ‘신흥국 적색경보’
입력 2015-12-06 2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