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당 분열하면 총선도 대선도 가망 없다

입력 2015-12-06 17:45
한국 정치사에 ‘여당은 부패해서 망하고 야당은 분열해서 망한다’는 말이 있다. 특히 60년 야당사는 분열의 역사에 다름 아니다. 힘을 모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선거임에도 분열로 인해 패한 사례가 많다. 내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분당의 기로에 섰다. 안철수 의원은 6일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대표에게 자신이 제안한 혁신전대 거부를 재고하라며 “저와 함께 우리 당을 바꿔나갈 생각이 없다면 분명히 말씀해 달라”고 했다. 혁신전대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탈당을 불사하겠다는 최후통첩으로 읽힌다.

안 의원의 탈당은 박근혜정부의 독선과 오만에 맞설 수 있는 크고 힘 있는 야당을 건설해 달라는 야당 지지자들의 염원과 배치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안 의원 입장에선 그동안 문 대표와 당내 친노세력의 기득권 지키기 행태에 실망이 컸을 것이다. 실제로 문 대표는 총선이 다가오는데도 당의 외연을 확대하는 조치를 취하기보다 친노 기득권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름대로 혁신안을 마련했지만 국민 호응은 미미했다. 현재의 리더십으로는 총선과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이유로 혁신전대를 제의한 안 의원의 충정은 이해할 만도 하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도 그의 탈당은 바람직하지 않다. 야권의 총선 패배로 이어질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안 의원이 제1야당을 지키며 문 대표와 협력해 선거를 치를 경우 야권신당 바람은 ‘찻잔 속 태풍’이 될 가능성이 크다. ‘천정배 신당’ 등이 생기더라도 새정치연합에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안 의원과 일부 의원이 탈당해 신당에 합류하면 수도권 선거에서 야권 전체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야당 지지층이 갈려 많은 선거구에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안 의원은 야권의 총선패배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보다는 당에 남아 문 대표와 치열하게 혁신경쟁을 벌이는 게 옳다. 다행히 문 대표는 안 의원이 제안했던 10대 혁신안을 전폭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계속 거부하다 석 달이나 지난 후에 갑자기 수용한 것을 문제 삼아 진정성이 없다고 평가절하하기보다 혁신안의 실행을 주도하는 것이 당에는 물론이고 안 의원 본인에게도 유리하다고 본다. 10대 혁신안에 포함된 부패혐의 기소자의 당원권 즉시 정지와 부패혐의 유죄 확정자 제명만 제대로 실천해도 당 이미지가 크게 개선될 것이다. 상당수 비리연루 의원의 공천이 배제되고, 구속 수감 중인 한명숙 전 총리는 제명될 수밖에 없다.

지금 새정치연합에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혁신과 단합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 대표도 양보와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