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격화된 이·팔 갈등 현장을 가다… 끝없는 유혈사태 “매일의 삶이 비극”

입력 2015-12-07 04:02
곤봉과 소총 등으로 무장한 이스라엘 경찰들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예루살렘 옛 시가지 앞에 서 있다. 최근 이스라엘인에 대한 흉기 공격이 잦아지면서 예루살렘을 비롯한 이스라엘 도시 곳곳에는 무장 경찰과 군인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예루살렘 외곽 검문소에서 이스라엘 군인이 팔레스타인계 남성의 차량을 검문하는 모습.
이종선 기자
예루살렘은 ‘긴장’이 일상 그 자체였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예루살렘 시내에는 가는 곳마다 소총을 멘 이스라엘 군인을 볼 수 있었다. 시장과 쇼핑센터, 버스 정류장, 큰 건물 주변 등에는 소총이나 권총으로 무장한 군인과 경찰이 잔뜩 깔려 있었다. 그들의 총에는 어김없이 탄창이 끼워져 있었고 언제든 발포가 가능했다. 팔레스타인의 ‘예고 없는 테러’에 이스라엘은 그렇게 늘 ‘살상무기’로 대비하고 있었다.

최근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장 및 유대교·이슬람교 공통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 참배 제한 문제 등을 놓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양측의 유혈 분쟁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에도 예루살렘 근교와 인근 텔아비브에서 팔레스타인인에 의한 테러가 잇따라 발생해 미국인 유학생을 포함해 5명이 숨졌다. 그 여파로 예루살렘 시내는 수시로 앰뷸런스가 경적을 울려대며 지나갔다. 앰뷸런스가 지날 때마다 거리 테라스에서 식사를 하던 이들이 크게 술렁거렸다. 앰뷸런스 소리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인 택시 기사 마무드(45)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지금 둘째 아들이 경찰서에 붙잡혀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이스라엘 경찰이 길을 가던 자신의 아들을 불렀지만 음악을 듣던 아들이 못 듣고 지나가자 총을 쐈다고 했다. 스마트폰으로 보여준 그의 아들은 손가락 2개가 부러져 있었고, 다리도 다친 모습이었다. 마무드는 “아들이 다쳤는데도 경찰서로 끌고 갔다”면서 “아들을 보러가야 하지만 다른 자녀들을 생각하면 생계 때문에 운전대를 놓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예루살렘 외곽의 한 검문소를 지날 무렵에는 근처 구릉에서 시커먼 연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팔레스타인 소년들이 이스라엘군의 유혈 진압에 항의해 깡통에 쓰레기를 넣어 태우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시위대는 철수했지만 인근 언덕에는 이스라엘군 저격수들이 여전히 경계를 서고 있었다. 긴급 상황이 생기면 곧바로 방아쇠를 당길 태세였다. 현지의 한 한국인 선교사는 “현대판 다윗(팔레스타인)과 골리앗(이스라엘) 싸움은 예외 없이 다윗의 처절한 패배로 끝난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최근 두 달간의 갈등으로 이스라엘인은 19명이 숨진 반면 팔레스타인인은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공존’에 실패한 결과는 양쪽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히브리대 학생인 이스라엘인 마탄(24)은 “테러 위협으로 온 도시가 얼어붙었다”면서 “비무장 민간인을 공격하는 건 명백한 테러로 지금 이스라엘에서는 거의 매일 그런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최근 팔레스타인인이 직장동료인 이스라엘인을 살해한 일까지 생기면서 양측 갈등은 더 고조되고 있다.

예루살렘·베들레헴=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