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무원 민간근무휴직제 취지 못살리면 안 함만 못해

입력 2015-12-06 17:44
내년부터 확대 시행되는 ‘공무원 민간근무휴직제’가 대기업이 원하는 인력 할당제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해당 기업이 선호하는 경력과 직급, 연령대에 맞는 인사를 파견하려다보니 대상이 사실상 일부 공직자들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정 부처의 특정 업무 담당자’를 요구하는 등 최종 선발권이 기업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란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러다보니 대기업 총수 일감 몰아주기를 조사하던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 과장 3명 중 2명이 내년부터 1년 정도 대기업에 근무하게 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게 됐다.

이 제도의 가장 큰 맹점인 민관 유착 가능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도 걸리는 대목이다. 정부는 과거 공무원이 직접 기업을 선택했던 것과 달리 인사혁신처가 공무원 채용을 희망하는 기업과 채용 직위, 대상 등 수요를 조사해 해당 부처에 통보함으로써 문제점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에 확정된 68개 민간근무휴직 직위를 보면 35.3%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공정위 등 4개 부처에 몰렸다. 또 기업들의 절반 정도가 40대의 4급(서기관)을 채용코자 했다. 이른바 힘 있는 부처의 핵심 관리자급을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작년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폐단을 척결키 위해 퇴직 공무원의 사기업 취업을 엄격히 제한했던 정부가 원칙을 뒤집은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이 제도는 민간부문 이해도 향상을 통한 공직사회의 경쟁력과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현 상태로는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공무원들도 업무 단절 등을 우려해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데도도 앞으로 대상자를 크게 늘린다고 하니 걱정이다. 취지는 그럴듯하나 미비점을 보완하지 않고서는 부작용만 생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