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베스트셀러 분석해보니… 비주류 신예 돌풍 ‘친근함’으로 공감 얻어

입력 2015-12-06 21:33
올 한 해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미움받을 용기’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지대넓얕) ‘비밀의 정원’으로 집계됐다.

교보문고와 예스24가 최근 각각 발표한 ‘2015년 베스트셀러 집계’에 따르면 ‘미움받을 용기’가 두 서점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의 사상을 청년과 철학자의 대화 형식으로 소개한 ‘미움받을 용기’는 지난 2월 첫 주 예스24 1위에 오른 후 12월 첫 주까지 통산 40주 1위를 기록, 역대 최장기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채사장’이라는 필명을 쓰는 젊은 무명작가의 첫 책인 ‘지대넓얕’은 교보문고에서 2위, 에스24에서 3위를 기록했다. ‘미움받을 용기’와 함께 1년 내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유지했으며, ‘지대넓얕’ 2권도 두 서점에서 공히 5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조해너 배스포드의 ‘비밀의 정원’은 예스24 2위, 교보문고 3위에 올랐다. 국내에 컬러링북(색칠 그림책) 열풍을 점화한 책이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컬러링북 분야가 따로 생길 만큼 많은 컬러링북이 출간됐고, 예술분야 30위 안에 25종이 컬러링북으로 집계됐다.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세 책은 ‘비주류’라는 말로 묶어낼 수 있다. 셋 다 무명에 가까운 저자들이 쓴 책이고, 출판사들도 이른바 ‘메이저급’이 아니다. 기시미 이치로(‘미움받을 용기’ 저자)나 채사장, 조해너 배스포드는 국내 첫 책으로 단번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올해 소설 중 가장 많이 팔린 ‘오베라는 남자’ 역시 프레드릭 배크만이라는 생소한 작가의 책이다.

‘미움받을 용기’를 출간한 인플루엔셜이나 ‘비밀의 정원’을 낸 클은 소규모 신생 출판사로서 ‘대박’을 터트렸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낸 생각의 길 역시 비슷한 신생 출판사다. 반면 메이저 출판사들의 성적은 어느 해보다 초라했다. 20위 안에 김영사, 민음사, 창비, 문학동네 등 유명 출판사들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세 책은 장르나 형식에서도 기존 출판 경향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미움받을 용기’는 아들러 심리학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고, ‘지대넓얕’은 우아를 떠는 인문서 시장에 노골적인 B급 정서로 도전했다. 또 ‘비밀의 정원’은 컬러링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세 책의 형식에서는 친근함이라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채사장(교양) 장강명(소설) 이종필(과학) 등은 올해 좋은 책을 선보이며 주목할 만한 저자들로 부상했다. 특히 ‘한국이 싫어서’를 쓴 장강명은 올해 한국 소설의 추락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인기를 얻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올해 한국 소설은 단 한 권도 20위 안에 진입하지 못했다.

반면 시는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박준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심보선의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등 몇몇 시집이 기대 밖의 인기를 모았고,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 등 시를 주제로 한 에세이집이 다수 출간됐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비롯해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혼자의 발견’ 등 ‘혼자’를 제목으로 내건 책들이 주목받은 것도 특기할 만한 현상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