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버나디노 총기난사범의 아내가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IS 사주 테러가 미 본토에서 추가로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6일 오후 8시(한국시간 7일 오전 10시)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갖고 테러 대책을 밝힐 예정이다. 5일 영국 런던에서는 시리아 폭격에 항의하는 시리아인이 흉기를 휘둘러 지하철 승객 3명을 다치게 하는 등 파리 테러사건 이후 전 세계적으로 IS와 연관된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IS의 라디오 선전조직 알바얀은 이날 인터넷에 아랍어로 “IS의 두 추종자가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의 한 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미 연방수사국(FBI)은 남편 사이드 파룩(28)과 함께 총기난사를 저지른 아내 타시핀 말리크(27)가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 충성을 맹세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난 4일 밝혔다.
FBI는 테러단체와 관련된 수백명을 추적하고 있지만, 파룩 부부는 이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IS의 사주나 영향을 받은 테러리스트들이 당국의 허술한 감시망을 피해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IS에 동조하는 미국인이 수천명”이라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IS 테러 공포가 확산되자 오바마 대통령은 6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수사상황을 설명하고 테러 대처 방안을 밝힐 계획이라고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이 5일 밝혔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은 ‘IS는 격퇴될 것이고 미국은 정의와 평등, 자유를 수호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역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5일 주례연설에서 “IS나 테러단체들이 미국과 전 세계에 걸쳐 자신들의 추종자들에게 과격행동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잠재적인 테러리스트가 손쉽게 총기를 손에 넣지 못하도록 최소한 비행금지명단(No-Fly list)에 오른 사람들만이라도 총기를 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의회에 관련 입법을 요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 정치권에 총기규제를 촉구하는 사설을 5일자 1면에 실었다. NYT는 사설에서 “민간인이 잔혹한 수법의 살상을 목적으로 총기를 사는 게 합법인 건 도덕적으로 분개할 일이며 국가적 수치”라면서 “최소한 캘리포니아에서 사용된 것과 같은 전투용 무기들은 민간의 소유를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NYT가 사설을 1면에 게재한 건 1920년 이후 95년 만이다.
5일 영국 런던의 지하철역에서는 영국의 시리아 폭격에 항의하는 시리아인이 승객들에게 칼을 휘둘러 1명이 중태에 빠지고 2명이 다치는 사건이 일어났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저녁 7시쯤 런던 동부의 레이턴스톤 지하철역에서 한 남성이 “시리아를 위하여”라고 외치며 승객들에게 칼을 휘둘렀다. 이 남성은 출동한 경찰에도 칼을 휘두르며 저항했으나 전기충격기인 테이저건을 맞고 검거됐다. 가디언은 이 괴한이 “너희가 우리 모국 시리아를 해코지하면 이런 일이 발생한다. 너희는 피를 쏟아낼 것”이라고 말했다는 목격자의 증언을 전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IS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결의안을 오는 17일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NYT가 보도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LA 이어 런던 지하철 테러… 美·英 휩쓰는 공포
입력 2015-12-06 2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