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일 떠맡고 하루 평균 12시간 넘게 근무 돌연사 40代… 법원 “업무상 재해”

입력 2015-12-06 21:39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일하며 상사 2명의 업무까지 떠맡다 돌연사한 40대 남성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가 비만·고혈압 등 지병을 급속히 악화시켜 사망까지 이르게 했다는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호제훈)는 2011년 숨진 김모(사망 당시 40세)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대기업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던 김씨는 2011년 12월 자택에서 출근 준비를 하다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려졌다. 입원 6일 만에 숨진 김씨의 사인은 ‘패혈성 쇼크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 키 182㎝, 몸무게 87㎏의 건장한 체구였던 김씨는 사망 두 달 전 건강검진에서 ‘비만과 고혈압을 관리하라’는 권고를 받았었다. 유족은 “김씨가 숨지기 2∼3개월 전부터 급증한 업무와 초과근로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며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인정하지 않자 2013년 소송을 냈다.

법원은 김씨의 돌연사와 과중한 업무의 상관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업무 가중과 스트레스로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급격히 악화됐다”며 “이로 인한 심근경색, 패혈성 쇼크로 사망한 만큼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는 숨지기 1주일 전 ‘단시간의 한시적 과로’로 평가되는 60시간 이상 일했다”며 “당시 팀원 11명 중 차장 2명이 교육을 가면서 김씨가 그 업무를 대행했고, 차장 업무 대행이 처음인 김씨에겐 3개월 정도 지속될 업무 대행 역할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