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한밤 소변볼 때 낙상·뇌진탕 조심!

입력 2015-12-07 18:20 수정 2015-12-08 00:12
김성권 서울K내과 원장이 신장 기능저하 및 야간뇨 증상으로 고민하는 한 노인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 야간뇨를 줄이려면 무엇보다 싱겁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K내과 제공

밤에 잠자다 깨서 소변을 보는 것(야간뇨)은 노화 현상의 하나다. 춥고 밤이 긴 겨울에는 더 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도 야간뇨는 수면의 품질을 떨어뜨릴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심각한 낙상(落傷)과 뇌진탕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김성권 서울K내과 원장(싱겁게 먹기 실천 연구회 이사)은 7일 “고령자는 잠결에 소변을 보려고 화장실을 이용하다 낙상이나 뇌진탕을 경험하는 경우가 잦다”며 “싱겁게 먹기를 포함한 식습관 개선과 집안 곳곳의 문턱을 없애 야간뇨 사고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변은 밤중에 더 많이 만들어져=성인 남성의 하루 소변양은 약 1.8ℓ. 하루 6회 소변을 본다면 1회에 300㎖다. 평균 4시간마다 꼬박꼬박 소변을 본다고 가정하면 하룻밤에 한번은 잠에서 깨야 한다는 말이다.

콩팥의 주요 기능은 농축이다. 젊을 때 콩팥의 농축 능력은 최대 180배에 이른다. 혈장 180ℓ를 소변 1ℓ로 농축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콩팥의 농축기능이 떨어진다. 같은 양의 혈장이 지나가도 생성되는 소변의 양이 증가하고, 묽어진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항이뇨호르몬은 콩팥에서 물을 재흡수토록 해 소변의 양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이 호르몬 분비도 줄어든다. 결국 물의 재흡수가 잘 이뤄지지 않아 소변 양이 증가한다. 노인이 한밤중에 일어나 소변을 봐야 하는 야간뇨에 시달리는 이유다. 증상이 심한 경우 하룻밤에 두세 번 깨기도 한다.

물론 젊을 때도 술을 많이 마시고 잠들면 중간에 깨 소변을 보고, 목도 마르는 증상을 겪는다. 이 역시 알코올 성분이 항이뇨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소변의 양을 늘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전립선비대증, 배뇨장애 가중시켜=콩팥기능 저하나 항이뇨호르몬 분비 감소는 남녀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남성에게는 여기에 전립선비대증이라는 이유가 더 붙는다. 젊을 때 전립선의 용적은 20㏄ 정도. 나이가 들면 조금씩 커져 가운데를 통과하는 요도를 압박, 소변 배출로가 막힌다. 전립선비대증에 의한 배뇨장애 증상이다.

전립선비대증에 걸리면 야간뇨 외에 갑자기 소변이 마려운 절박뇨, 소변을 본 뒤에도 개운치 않은 잔뇨감, 뜸을 한참 들인 뒤에야 소변이 나오는 지연뇨, 소변이 끊기는 단절뇨가 나타난다.

밤에 한두 번 깨 소변을 보는 것을 불편하다고만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 않다. 잠에서 깨 급하게 화장실 갈 때 자칫 발을 헛디디면 낙상이나 뇌진탕 위험이 있다. 잠결이라 몽롱하고, 잠자리에서 급히 일어나는 바람에 기립성 저혈압에 의한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고령의 남성은 전립선비대증을 약물로 치료하는 정도만으로 이 같은 위험을 상당히 막을 수 있다.

생활습관 개선과 집안 설계 변경도 도움이 된다. 첫째 저녁시간 수분 섭취를 줄여야 한다. 국물이 많은 음식과 수분이 많은 과일을 덜 먹는다. 술과 커피도 피한다. 둘째 싱겁게 먹는 다. 짜게 먹으면 물을 많이 먹어 소변양 증가로 이어진다.

고령자가 있는 가정은 집안 구조변경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김 원장은 “거실, 침실과 화장실의 높이가 달라 발을 헛디디거나 문턱에 걸려 낙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집안 문턱을 없애고, 화장실 바닥을 미끄럽지 않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