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종인 <16> 장애인 재활·복지 인재육성 노력 ‘열매’ 잇따라

입력 2015-12-06 18:59 수정 2015-12-06 21:11
재활복지전문인력양성센터 소장으로 온 시각장애인 서원선 박사(왼쪽 두 번째)를 김종인 교수(왼쪽 세 번째)와 연구원들이 환영하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인재육성의 사명을 주신 하나님께서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만나게 하시고 또 열매를 맺도록 응답해 주셨다.

현재 몽골국제대학 교수로 사역 중인 정영오(여) 박사는 나사렛대 인간재활학과 1회 졸업생이다. 내게 미국유학을 상담하길래 열심히 조언했고 내가 비상임 원장인 한국사회복지정잭연구원에 근무시키며 유학을 준비토록 했다. 내가 공부한 미국 노던콜로라도대학 대학원 입학허가를 받아 비자를 신청했는데 단박에 비자발급이 거부돼 울상을 지었다.

홀어머니와 사는 정 박사가 가정형편이 아주 어려워 재정보증을 세우지 못한 것이다. 3000만원 은행잔고증명이 필요한데 막막했다. 정 박사와 내가 찾은 해결책은 기도뿐이었다.

“하나님 길을 열어 주옵소서.”

마침 은행지점장으로 있던 친구가 3000만원을 내 구좌에 잠시 넣어 재정보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녀는 노던콜로라도대에서 재활상담석사를, 텍사스 오스틴대에서 재활교육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졸업 후 미국과 한국의 여러 대학에서 초빙을 받았지만 사례비도 거의 없는 몽골국제대학에 교육선교사로 가겠다고 서원했다.

“김 교수님. 하나님께서 지금까지 저를 놀랍게 인도해 주셨는데 이제 제가 얻은 지식을 조건 없이 나누고 싶어요.”

인간재활학 제자로서 첫 열매인 정 박사가 참으로 자랑스럽고 예쁘다. 하나님이 보시기엔 더 예쁘실 것이다.

현재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글로벌재활상담과정 특임교수이자 한국장애인개발원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서원선 박사의 경우도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소명을 주심을 알게 한다. 그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미시간대에서 박사(재활상담학) 학위를 받고 주정부 재활상담사로서 일하며 경력을 쌓았다. 한국장애인으로서 미국 주정부 정규 공무원으로 일한 인재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장애인공약 1호인 ‘장애인등급제 폐지’가 이뤄지면 장애인서비스별 판정을 할 수 있는 재활상담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서 박사는 한국에 꼭 필요한 보물이다. 그는 귀국 후 얻은 직장에서 일방적 해고를 당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난 내가 관여하고 있는 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에 재활복지전문인력양성센터란 부설기관을 만든 뒤 서 박사를 소장으로 근무토록 했다. 한국의 재활상담사 양성을 준비한 것이다. 재활상담사 핵심 8과목 중 ‘재활윤리’와 ‘재활상담’ 과목은 서 박사가 직접 개발하고 ‘발달장애인재활상담’과 ‘재활학개론’은 내가 집필했다. ‘장애학’은 장애인재단 서인환 총장이 쓴 뒤 직업능력개발원에 민간자격 신청을 냈다. 그런데 재활상담사는 의료인력이 담당해야 한다며 자격증발급이 거부되고 말았다. 재활상담사에 대한 정부의 포괄적 이해가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자신의 지식과 경력을 한국을 위해 사용하겠다며 미국의 안정된 직장도 마다하고 한국에 들어온 서 박사였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그가 시각장애인이라는 단점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인재가 안정된 직장을 얻지 못해 미국에 돌아가려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다. 서 박사는 점점 실력을 인정받고 발전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내가 이사로 있는 웨신대학에서 강의할 수 있도록 추천도 해줄 수 있었다. 그는 시각장애인이지만 이제 대학교수로, 공직자로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가 미국으로 돌아갔더라면 한국으로선 큰 손해가 아닐 수 없었다. 서 박사는 자신이 방황할 때 힘이 돼 준 한 자매와 결혼해 아들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