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눈이 보고있다…오늘 '평화시위' 시험대

입력 2015-12-04 23:38
폭력 없는 평화적 집회 문화 정착의 첫 페이지를 열 것인가, 폭력 시위와 과잉 진압의 악순환을 되풀이할 것인가. 5일 열리는 2차 민중총궐기 집회는 21세기 대한민국 직접 민주주의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폭력 사태가 되풀이된다면 시민사회는 향후 상당 기간 ‘폭력 집단’으로 낙인찍히며 거센 역풍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의 결정으로 기사회생한 12·5집회 주최 측은 4일 평화집회를 재차 약속했다. 애초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으로 나눠 진행할 예정이었던 집회는 역량 결집 차원에서 서울광장으로 일원화됐다. 경찰은 준법 집회는 보장하되 불법 행위에 대해선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 등 집회 주도 단체들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5일 집회는 어떤 형태로라도 경찰과 시위대 간 물리적 충돌이 없도록 통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남기 범대위 관계자는 “폭력이 일어난다면 정치적 목적을 가진 세력의 기획일 것”이라며 평화집회를 자신했다. 백남기 범대위에 따르면 5일 집회는 오후 2시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금속노조 등 산별노조의 사전 집회로 시작된다. 오후 3시엔 ‘제2차 민중총궐기 투쟁대회’가 예정돼 있다. 오후 4시부터는 범대위가 주관하는 범국민대회가 진행되고, 시위대는 오후 5시부터 청계천과 보신각을 거쳐 서울대병원까지 3.5㎞가량 행진한 뒤 정리 집회를 열 계획이다.

당초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주최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백남기 농민 쾌유 문화제는 4일 오후 급작스럽게 취소됐다. 전농 관계자는 “서울광장 집회가 허용됨에 따라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계획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주최 측은 모두 5만명이 집회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종교인 500여명도 이날 집회에 참여한다.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서 ‘사람 벽’을 형성하고, 5일 오후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 ‘평화의 꽃길’을 만들어 충돌을 막기로 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복면금지법에 대응하기 위한 가면 퍼포먼스도 예정돼 있다. 집회에는 인권단체 ‘포럼아시아’가 파견한 국제인권감시단 3명도 참여해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평화시위가 예고됐지만 경찰은 아직 마음을 놓지 않고 있다. 대규모 집회에 대비해 225개 부대 2만여명의 경찰관과 살수차 18대를 투입할 계획이다. 다만 11·14집회 당시 논란이 됐던 살수차는 시위대의 불법 행위가 있을 때만 사용키로 했다. 우선 경찰은 서울광장 서쪽(세종대로)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한 뒤 집회 참가 인원 증가에 따라 서울광장 남쪽(플라자 호텔 방면)을 순차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신고되지 않은 세종대로·광화문광장 방향으로 행진할 경우 즉각 폴리스라인과 차벽도 설치할 계획이다. 복면을 쓴 채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인원에 대해서도 엄중 처벌한다. 경찰은 조계사에 머물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집회 참석을 막기 위해 5일 자정부터 집회가 끝날 때까지 출입증 없는 남성의 조계사 출입을 전면 제한키로 했다. 한편 이번 시위의 양상에 따라 후폭풍이 클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12·5집회가 평화롭게 진행된다면 시위문화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폭력 사태가 재발한다면 시위대뿐 아니라 법원과 조계사도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