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문재인 대표로부터 또다시 선택을 강요받았다. 안 의원은 문 대표의 제안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이 이르면 이번 주말 입장을 밝힐 예정이어서 제1야당 대권주자 간 ‘핑퐁게임’으로 인한 당 내홍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安 “혁신전대 안 받고 옛것 받겠다니 이해불가”=안 의원은 4일 문 대표의 ‘안철수 혁신안 수용’ 발표에 대해 자신과 가까운 한 비주류 의원과의 통화에서 “혁신 전당대회(제안)는 안 받고 옛날 것을 받겠다니 제안의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은 다른 비주류 의원과의 통화에서도 ‘할 말이 없다. 이미 늦었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탈당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에게 “나중에 다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안 의원은 주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르면 이번 주말 입장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9월에는 ‘새누리적 프레임’이라고 비판하더니 이제 와서 혁신안을 수용하겠다고 하면 누가 믿겠느냐”며 “문 대표가 ‘병 주고 병 준 꼴’”이라고 비판했다. 한 측근은 “문 대표가 산통을 다 깨놓았는데, 깨진 쪽박에 뭘 담을 수 있겠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문 대표의 뒤늦은 화답에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 의원 측에서는 탈당 카드에 대한 논의도 조심스럽게 이뤄지는 분위기다. 다른 측근은 “탈당이라는 카드를 아예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주변에서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최악의 상황일 때 가능한 일”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안 의원이 문 대표의 제안을 무조건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표 제안이 안 의원에게 ‘혁신’과 ‘대결’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비주류 진영의 한 인사는 “(안 의원이) 혁신을 선택하면 문 대표의 손을 잡아야 하고, 대결을 선택하면 당을 떠나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비주류 “당무거부·당직사퇴 검토”=비주류 진영에서는 집단반발 조짐이 감지됐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비주류 의원모임인 ‘콩나물모임’ 조찬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전날 문 대표 기자회견에 대해 “마치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가 나빠진 원인을 국회 탓으로 돌리는 것과 같은 식의 발언”이라며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주 최고위원은 항의의 표시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비주류 측에서는 주요 당직자들의 당무 거부나 당직 사퇴도 거론됐다. 한 비주류 재선 의원은 “다음주 월요일부터 당직을 갖고 있는 비주류 의원들이 당무를 거부하거나 사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동시에 문 대표 사퇴를 위한 여론 형성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핑퐁게임’ 새정치 혼란 가중] 진정성 못 믿겠다는 안철수 “혁신전대 아닌 옛것을 왜…”
입력 2015-12-04 2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