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게임’ 새정치 혼란 가중] 탈당 명분 안 주겠다는 문재인… “安 10대 혁신안 받겠다”

입력 2015-12-04 22:06 수정 2015-12-04 23:36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심각한 표정으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4일 안철수 의원이 요구한 ‘10대 혁신안’을 전격 수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안철수 달래기’에 나서는 동시에 혁신을 명분으로 비주류 의원들의 반발을 정면돌파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 의원의 혁신안에 민감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어 이를 두고 당내 반발이 거세질 우려도 제기된다.

전날 안 의원의 전당대회 요구를 거부한 문 대표가 안 의원의 혁신안을 받아들인 것은 우선 ‘혁신 명분 쌓기’를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탈당설이 흘러나오는 안 의원에게 탈당 명분을 주지 않으면서, ‘혁신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혁신’이라는 공통분모를 내세워 안 의원과의 틀어진 관계를 회복하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있다. 한 당직자는 “문 대표의 결정은 (안 의원과 함께 가겠다는) 대표의 태도와 혁신 의지를 동시에 피력한 것”이라고 했다. 이를 반영한 듯 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직 사퇴를 두려워 한 적이 없다. 두려운 것은 오직 혁신과 단합의 좌절, 낡은 정치에 굴복하고 분열주의에 무너져 당원과 국민의 염원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당에 ‘안철수 혁신안’ 반영을 위한 즉각적인 당헌·당규 제·개정 실무 작업을 지시하고 또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 소집 준비도 주문했다.

한편 문 대표의 이 같은 결정이 혁신 전대를 강력 주장하는 안 의원의 힘을 빼겠다는 의도라는 시각도 있다. 안 의원 혁신안의 실천 여부에 당내 관심이 쏠리게 되면 ‘혁신 전대론’의 동력도 사그라들 수 있다. 안 의원이 자신의 혁신안이 당내에서 공격받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안 의원이 탈당하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안철수 혁신안에는 민감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안 의원은 ‘부패혐의 기소 당원 공직후보 자격심사 원천 배제’와 ‘부패혐의 유죄 확정 당원 즉시 제명’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엄정 조치’ 등을 제안했다. 이 혁신안이 통과되면 금품수수 혐의로 재판 중인 박지원 의원과 ‘입법로비’ 사건에 연루된 신학용 신계륜 의원 등이 공천 원천 배제 대상에 오른다. 문 대표는 “온정주의는 없다. 혁신과 단합 앞에 그 어떤 계파도 없을 것”이라며 해당(害黨)행위 엄벌과 부패 척결 의지를 분명히 했다. 주류·비주류를 막론하고 혁신안에 반기를 들 가능성도 제기되는 이유다.

문 대표는 ‘혁신’과 ‘당 기강 확립’이라는 방패와 창을 들고 내년 총선 체제에 본격 돌입하겠다는 생각이다. 인재 영입을 위한 당 인재영입위원장도 본인이 직접 맡기로 했다. 총선기획단, 총선정책공약준비단 구성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내년 총선만 보고 가겠다”고 했다.문동성 고승혁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