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4일 안철수 의원이 요구한 ‘10대 혁신안’을 전격 수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안철수 달래기’에 나서는 동시에 혁신을 명분으로 비주류 의원들의 반발을 정면돌파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 의원의 혁신안에 민감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어 이를 두고 당내 반발이 거세질 우려도 제기된다.
전날 안 의원의 전당대회 요구를 거부한 문 대표가 안 의원의 혁신안을 받아들인 것은 우선 ‘혁신 명분 쌓기’를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탈당설이 흘러나오는 안 의원에게 탈당 명분을 주지 않으면서, ‘혁신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혁신’이라는 공통분모를 내세워 안 의원과의 틀어진 관계를 회복하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있다. 한 당직자는 “문 대표의 결정은 (안 의원과 함께 가겠다는) 대표의 태도와 혁신 의지를 동시에 피력한 것”이라고 했다. 이를 반영한 듯 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직 사퇴를 두려워 한 적이 없다. 두려운 것은 오직 혁신과 단합의 좌절, 낡은 정치에 굴복하고 분열주의에 무너져 당원과 국민의 염원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당에 ‘안철수 혁신안’ 반영을 위한 즉각적인 당헌·당규 제·개정 실무 작업을 지시하고 또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 소집 준비도 주문했다.
한편 문 대표의 이 같은 결정이 혁신 전대를 강력 주장하는 안 의원의 힘을 빼겠다는 의도라는 시각도 있다. 안 의원 혁신안의 실천 여부에 당내 관심이 쏠리게 되면 ‘혁신 전대론’의 동력도 사그라들 수 있다. 안 의원이 자신의 혁신안이 당내에서 공격받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안 의원이 탈당하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안철수 혁신안에는 민감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안 의원은 ‘부패혐의 기소 당원 공직후보 자격심사 원천 배제’와 ‘부패혐의 유죄 확정 당원 즉시 제명’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엄정 조치’ 등을 제안했다. 이 혁신안이 통과되면 금품수수 혐의로 재판 중인 박지원 의원과 ‘입법로비’ 사건에 연루된 신학용 신계륜 의원 등이 공천 원천 배제 대상에 오른다. 문 대표는 “온정주의는 없다. 혁신과 단합 앞에 그 어떤 계파도 없을 것”이라며 해당(害黨)행위 엄벌과 부패 척결 의지를 분명히 했다. 주류·비주류를 막론하고 혁신안에 반기를 들 가능성도 제기되는 이유다.
문 대표는 ‘혁신’과 ‘당 기강 확립’이라는 방패와 창을 들고 내년 총선 체제에 본격 돌입하겠다는 생각이다. 인재 영입을 위한 당 인재영입위원장도 본인이 직접 맡기로 했다. 총선기획단, 총선정책공약준비단 구성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내년 총선만 보고 가겠다”고 했다.문동성 고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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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게임’ 새정치 혼란 가중] 탈당 명분 안 주겠다는 문재인… “安 10대 혁신안 받겠다”
입력 2015-12-04 22:06 수정 2015-12-04 2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