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긴장의 현장-인터뷰] 박웅철 대표 “예전엔 무장 정파가 테러했지만 지금은 일반 시민이 저항”

입력 2015-12-07 04:03

“과거에도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이스라엘 간 유혈사태가 자주 있었지만 최근 몇 달처럼 이렇게 심하지는 않았어요.”

지난달 23일 예루살렘에서 북동부로 20㎞ 떨어진 팔레스타인 행정수도 라말라에 위치한 주(駐)팔레스타인 한국 대표사무소에서 만난 박웅철(54) 대표는 최근 계속되는 유혈사태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박 대표는 특히 “예전에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 등이 테러의 전면에 나섰지만 지금은 평범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저항하고 있는 게 특징”이라며 “쉽게 잦아들 것 같지 않다”고 우려했다.

한국 외교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에 있어서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박 대표를 파견했다. 팔레스타인 대표사무소는 올해 11월로 개설 10년을 맞았지만 사무소에 상주하는 외교관을 배치한 것은 박 대표가 처음이다. 이전에 사무소는 텔아비브에 있는 주이스라엘 한국대사관 관계자가 출장 개념으로 잠깐 들렀다가 금방 떠나는 곳에 불과했다.

박 대표와 팔레스타인과의 인연은 예사롭지 않다. 부모의 직장 때문에 학창시절부터 요르단에서 보낸 박 대표는 요르단 내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통해 처음 팔레스타인을 접하게 됐다. 1967년 3차 중동전쟁 등으로 수백만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발생했지만 주변 국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요르단만 팔레스타인 난민에게 국적(상시 체류자격)을 부여했다.

박 대표가 팔레스타인과 다시 인연을 맺은 건 1992년 외교부에 들어온 이후 첫 부임지였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였다. 그는 “당시 주사우디 한국대사 비서가 팔레스타인 출신이었는데 국적을 받지 못한 채 여행증명서만 갖고 있었다”며 “그가 나중에 이 문제로 그만뒀을 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어려움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고 털어놨다.

대표 사무소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현지에 한국을 알리는 일이다. 이미 태권도 대회를 열고 경제인 세미나도 개최했다. 박 대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우리도 너희 같은 아픈 역사가 있었다’고 말하면서 동질감을 느끼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일제 강점의 역사와 한국전쟁으로 인한 폐허를 딛고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룬 역사를 설명하며 한국을 일종의 ‘롤 모델’로 삼게 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앞으로도 우리와 팔레스타인 사이 민간인 교류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라말라=이종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