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 스토리] 외자식 잃은 中부모들… “나라가 우리 부양하라” 시위

입력 2015-12-04 20:59
2012년 교통사고로 외아들을 잃은 정칭씨가 평소 아들이 아꼈던 옷을 품에 안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왼쪽 사진). 정씨처럼 외동 자녀가 먼저 세상을 떠난 ‘실독자(失獨者)’ 부모 300여명이 1일(현지시간) 베이징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 건물 앞에 모여 ‘실독자는 비참하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중국청년망·남방조보

엄마 왕샤오스(가명)씨는 아직도 지난해 여름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하나밖에 없는 딸 웨이라이가 세상을 떠난 날이기 때문입니다. 중학생이던 딸은 친구 오토바이를 함께 탔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딸이 살아 있는 것만 같습니다. 왕씨는 “이건 분명 악몽이다”면서 “거실에 있으면 딸이 침실에 있는 것 같고, 항상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아 현관으로 달려간다”고 말합니다.

왕씨는 중국의 강력한 ‘한 자녀 정책’으로 자식을 하나밖에 못 가진 부모들, 그 애지중지 키운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들 가운데 한 명입니다. 중국에서는 왕씨 같은 부모들을 외동자녀를 먼저 보냈다는 의미로 ‘실독자(失獨者)’라고 부릅니다.

중국청년보에 따르면 실독자 가정은 이미 100만을 넘어섰고 매년 7만6000명씩 증가한다고 합니다. 미국 위스콘신대 인구학자 이푸젠 교수는 오래지 않아 실독자 가정이 1000만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 세상을 떠나면서 부모들은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베이징의 여성 전문 심리상담 기관인 훙펑센터가 올 초 100명의 실독 부모를 조사한 결과, 60% 이상이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중 50%는 강박에 시달리고, 38%는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합니다. 실제 지난 7월에는 저장성 항저우에서 딸을 잃은 지 100일 되는 날 부모가 함께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 1일 베이징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 건물 앞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300여명의 실독 부모들이 모여 시위를 벌였습니다. ‘실독자’라고 쓰인 흰 모자를 쓰고, 가슴에는 ‘실독자는 비참하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들었습니다. 중국은 최근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하고 전면적인 두 자녀 정책 시행을 선언했습니다. 그동안 어쩔 수 없는 아픔일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자신들의 비극을 국가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인식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1980년대 ‘한 자녀만 낳는 게 좋다. 정부가 노년은 부양하겠다’는 정부의 구호를 굳게 믿었습니다. 2010년 14세이던 외아들을 잃은 셰지란(49)씨는 “남편은 공산당원이어서 한 자녀 정책을 따르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게 됐을 것”이라며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두 번이나 인공 유산을 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이들의 주장은 자신들의 노후를 당과 정부가 책임지라는 것입니다. 현재 중국은 2008년부터 하나뿐인 자식을 잃었을 경우 부인의 나이가 만 49세를 넘긴 이후부터 일정액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2014년 기준 도시 주민의 최저 지원금은 매달 340위안(약 6만원), 농촌 주민은 170위안(약 3만원)입니다. 각 지방정부의 재정 상태에 따라 지급 규모는 천차만별입니다. 광둥성이나 푸젠성의 경우 2000위안(약 35만원)에 이르지만 상당수는 국가지급표준 수준에 불과합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한 자녀 정책, 하지만 그 상처는 오래도록 남을 거 같습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