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샌버나디노 총기난사범의 집에서 실탄 수천발과 파이프폭탄 12개가 발견됐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총격범 사이드 파룩(28)이 수년간 극단주의 단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접촉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여행한 점 등에 비춰 이번 사건을 잠재적인 테러로 간주하고 수사에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팀과 회의를 가진 직후 “현재로서는 범행 동기가 불분명하다”면서도 “테러와 관련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해 테러 가능성을 언급했다. 14명이 숨지고 21명이 다친 이번 사고가 테러로 규정될 경우 파리 테러 이후 미 본토에서 처음 일어난 테러로 기록될 전망이다.
샌버나디노 경찰은 파룩의 자택에서 소총과 실탄 3000발, 파이프 폭탄 12개와 장난감 차와 연결된 폭발장치 수백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이 도주하는 데 이용한 차량에서도 자동소총 2정과 권총 2정, 실탄 1600여발이 나왔다. 이 총기들은 모두 합법적인 경로로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발견된 총기와 실탄 양을 감안할 때 파룩 부부가 추가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파룩 부부는 사고 당일 아침 6개월 된 딸을 어머니에게 맡긴 뒤 범행 현장으로 이동했다. 이후 파룩은 직장 동료들이 성탄파티를 하고 있던 인랜드 리저널 센터에 나타나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자기 화를 내며 뛰쳐나갔다고 생존자들은 증언했다. 30분쯤 뒤 아내와 함께 중무장을 하고 나타난 파룩은 현장에서 150발을 쏘고 달아났다. 이들은 추격하는 경찰에게 76발을 쏘며 총격전을 벌였다. 경찰은 380발을 응사해 이들을 사살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2명이 작은 부상을 입었다. 시민들은 실제 전쟁을 방불케 하는 총격전이 벌어지자 공포에 사로잡혔다.
FBI는 파룩이 수년 전 테러와 관련된 사람들과 SNS로 접촉하면서 극단주의자로 변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 CNN방송은 파룩이 전화나 다른 SNS를 통해 당국의 대(對)테러 수사를 받아온 1명 이상과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파룩이 접촉한 사람들은 시리아의 알카에다 지부와 소말리아의 이슬람 전사들과 관련된 인물들로 FBI는 파악하고 있다. FBI는 또 정체불명의 파키스탄 출신 타시핀 말리크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파룩을 만나 약혼자 비자를 받고 2년 전 미국에 건너와 미국 국민이 된 점을 집중적으로 살피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비드 보디치 FBI LA지국 부국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파룩은 2003년 성지순례기간에 수주간 사우디아라비아에 체류했으며, 2014년 7월 아내 말리크와 미국으로 입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아직 이번 사고를 테러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 같은 명소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가 아닌 복지시설을 공격한 점을 들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로 보기엔 석연치 않다는 견해도 있다.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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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총격범 집에 실탄 수천발… 오바마 “테러 연관 가능성”
입력 2015-12-05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