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한정된 자원을 정의롭게, 공평하게 배분하는 행위다. 국회의원은 그런 직무를 수행해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다. 실세 의원들이 국가 예산을 이리저리 나눠먹은 19대 국회의 마지막 예산 처리 과정을 보면 우리 정치판이 왜 바뀌어야만 하는지를 절감한다.
여야의 전현직 대표, 원내대표, 예결위 간사나 친박 실세 등의 지역구 예산은 증액됐다. 물론 각각 다 이유가 있다고 반박할 것이다. 증액이든 감액이든 예결위에서 또는 상임위에서 합리적인 논의를 거쳤다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예산 심의가 그렇게 이뤄졌다는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그냥 막판에 수십억원씩, 수백억원씩 쑥덕 베어서 여기저기 실세들의 지역구 예산 또는 여야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분배되기 일쑤였다. 국가 예산 운영의 합리적 배분이라 볼 수 없다. 내년 총선을 감안해 ‘내가 얼마 가져왔다’는 지역구용 숫자에만 관심이 있지, 의원들이 제대로 내용을 알고 심의하고 표결했는지 의문스럽다. 창피할 정도의 국회 수준이다.
그러니 예산안을 통과시킨 뒤 정의화 국회의장마저도 “국회에 국회의원과 상임위는 보이지 않고 지도부만 보인다. 의원은 거수기가 되고 상임위는 겉돌았다”고 개탄했을 정도다. 예산 심의는 없었고 나눠먹기식 야합만 횡행했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리 바뀌고 저리 바뀌어 누더기 법안이 된 것도 적지 않다.
이런 비판을 받아도 의원들은 내심 웃는다. 아마 언론의 비판 기사를 자랑스럽게 복사해 지역구에 돌릴 것이다. 국가에 대한 책임의식보다는 표가 먼저고 입신양명이 최우선이다. 전체 국가 운영의 틀을 고민하기보다는 지역주의, 내 고향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방의원이 해야 할 수준의 것이지 국회의원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사설] 총선용 ‘실세 예산’ 언제까지 봐야 하나
입력 2015-12-04 1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