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4일 ‘2016년 임원 인사’를 실시한 뒤 그룹 전체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의 승진인사에 대규모 임원 퇴직이 맞물리면서 결과적으로 ‘인사칼바람’이 몰아쳤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연도별 임원 승진자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47명으로 최저점을 찍은 이후 2010년 380명, 2011년 490명으로 급격히 늘어났고 2012년 501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13년 485명, 2014년 476명, 2015년 353명으로 하강곡선을 그리다 올해는 다시 200명대로 떨어졌다.
상황이 더욱 안 좋은 이유는 올해 퇴직 통보를 받은 임원이 역대 최대 수준이라는 점이다. 삼성그룹은 퇴직 임원 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의 올해 퇴직 임원수가 적게는 300명 많게는 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변에 옷을 벗었다는 임원들이 너무 많다”면서 “갑자기 너무 많은 임원 퇴직이 이뤄져 조직이 어수선하다”고 전했다.
남은 임원들도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고위직급자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전무나 부사장 승진에서 누락되는 임원이 크게 늘었다. 부서 규모를 축소하고 담당 임원을 현장에 재배치하는 경우도 많다. 당장 삼성그룹의 사령탑인 미래전략실도 몸집을 줄이기 위해 노승만 부사장이 삼성물산으로 이동하고 김부경 전무는 친정인 삼성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이번 임원인사 결과가 최근 극도로 부진했던 사업실적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 부진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그룹을 추스르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인사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삼성그룹의 임원 구조조정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룹 주요 관계자는 “여려 계열사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데, 당장 어려운 상황을 반등시킬 마땅한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것이 더욱 문제”라며 “구조조정 분위기가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고, 이 때문에 올해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해 살아남은 임원들도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승진 인원 축소 여파는 여성 임원 배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그룹의 2016년 여성 임원 승진자는 부사장 1명, 상무 8명 등 모두 9명으로 전년(15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다만 삼성SDI 김유미 전무는 개발 분야 최초로 여성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김 부사장은 소형전지부터 중대형까지 포괄하는 삼성SDI 최고의 전지개발 전문가로 1996년 입사 후 중앙연구소장, 자동차전지사업부 개발팀장 등을 거치며 소형 및 자동차전지 신기종 개발을 주도해 왔다.
성과주의에 따른 신상필벌 기조는 해외 현지 인력에도 예외 없이 적용됐다. 전체 해외 현지인력 중 임원 승진자는 2014년 12명, 2015년 9명에서 2016년 4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다만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린 삼성전자 DS(부품)부문은 실적 창출에 기여한 현지 VP급(해외법인 임원) 3명을 대거 본사 임원으로 승진시키며 현지 인력들에게 동기부여가 되도록 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임원진 군살빼야” 400명 안팎 옷벗겨… 조직 다잡는 삼성
입력 2015-12-0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