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홀로그램 시위는 어떤가

입력 2015-12-04 18:39

지난 1일 국내 언론에 보도된 해외 사진 중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었다. 프랑스 파리의 ‘신발 시위’ 장면이었다.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개막 하루 전 파리 시내 레퓌블리크 광장에 놓인 신발 2만 켤레. 운동화, 구두, 부츠, 슬리퍼 등 각양각색 신발이 전시돼 있었다. 지구 온난화에 맞서 시위·행진을 하려던 환경단체들이 파리 테러 이후 집회 금지령을 내린 당국에 항의하는 뜻으로 퍼포먼스를 한 것이다. 사람 대신 신발이 나선 시위는 홍보 만점이다.

그간 해외에서 벌어진 이색 시위는 수없이 많다. 족쇄 같은 규제에 항의하는 상공인들의 ‘정부 청사 입구 자물쇠 채우기 시위’, 가죽 사용에 반대하는 동물보호단체의 ‘알몸 시위’ 등등. 이색 시위로 특정 문제를 이슈화하는 데 성공한 대표주자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다. 북극 석유탐사활동에 항의하기 위해 석유회사가 입주한 빌딩(87층·310m) 벽을 밧줄로 등반하거나 항의전화걸기운동 차원에서 주택 크기의 대형 전화기 모형을 공원에 설치하는 등 눈길 끄는 다양한 시위를 선보였다.

지난 4월에는 기발한 시위가 등장했다. 스페인이 주요 공공건물 주변에서 시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시민단체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의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대형 플래카드와 팻말을 들고 행진에 참여한 시민이 수천 명이었다. 그런데 웬걸, 실제 사람이 아니었다. 홀로그램(3차원 영상의 입체사진)으로 만든 가상의 시위대였다. 세계 최초의 홀로그램 시위가 탄생한 것이다. 독특한 시위의 효과는 커서 법안 반대 서명자가 줄을 이었다.

시위 목적은 자기주장을 정부와 공중(公衆)에 알리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대중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근데 우리의 시위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선진국에서도 과격시위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념 갈등이 심한 우리는 유별나다. 우여곡절 끝에 오늘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제2차 민중총궐기 대회가 초미의 관심사다. 평화시위냐 폭력시위냐의 갈림길이다. 평화롭게 마무리된다면 차제에 축제 같은 시위, 풍자와 유머가 깃든 시위 등 시민과 공존하는 방식에 관한 고민도 필요하겠다. 홀로그램 시위, 얼마나 멋지고 효과적인가.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