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어김없이 ‘호두까기 인형’… 해외선 스타일 다르다던데

입력 2015-12-06 18:52

매년 연말이 되면 전 세계 거의 모든 발레단은 ‘호두까기 인형’을 준비한다. 특수를 노린 상업적 속성을 부인할 수 없지만 ‘호두까기 인형’이 없는 12월은 ‘앙꼬 없는 찐빵’과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크리스마스 시즌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독일 작가 E.T.A 호프만의 판타지 동화 ‘호두까기와 쥐의 왕’을 원작으로 한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여주인공 클라라가 쥐의 공격을 받던 호두까기 인형을 구해준 뒤 함께 눈의 나라를 모험하는 내용을 환상적으로 그렸다. 표트르 차이콥스키가 작곡하고 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했다.

하지만 1892년 12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황실극장(지금의 마린스키극장)에서 처음 공연된 ‘호두까기 인형’은 참담하게 실패했다. 심지어 발레라는 장르를 한 단계 후퇴시켰다는 악평까지 들었다. 원인으로는 1막이 어린이 위주로 되어있어 볼만한 성인 무용수의 춤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점이 꼽힌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진가를 드러냈다. 수많은 안무가들이 재안무에 도전해 다양한 버전이 나오면서 지금은 가장 인기 있는 레퍼토리로 군림하게 됐다. 특히 1954년 미국 뉴욕시티발레단이 공연하면서부터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됐다. 발레계의 거장 조지 발란신이 재안무한 ‘호두까기 인형’은 가족을 중시하는 미국인들에게 크게 환영받았다. 러시아 초연 때와 반대로 어린이들이 많이 출연한 게 성공 요인이었다.

올 12월 한국에서는 서울 및 수도권 기준으로 국립발레단(12월 18∼27일 예술의전당), 유니버설발레단(12월 18∼31일 유니버설아트센터), 서울발레시어터(12월 24∼26일 고양아람누리), 이원국 발레단(12월 25∼26일 노원문예회관), 와이즈 발레단(12월 4∼5일 마포아트센터) 등 5개 단체가 무대에 올린다. 작품은 프티파 버전과 1934년 키로프 발레단에서 공연한 바실리 바이노넨의 재안무 버전을 바탕으로 하면서 각각의 개성을 가졌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호두까기 인형’이 가족물로 굳어져 있지만 해외에선 파격적인 안무와 해석을 보여주는 작품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근육질의 ‘백조의 호수’로 유명한 영국 매튜 본 안무 버전은 행복한 가정의 이야기를 고아원 탈출 사건으로 바꿔놓았고, 미국의 마크 모리스는 ‘더 하드 넛’이라는 제목을 달고 현대적인 도시 스타일로 바꿨다. 또 미국 오스틴 맥코믹은 2103년 물질에 목매는 여자 이야기로 바꾼 ‘넛크래커 루지’를 올려 호평을 받은 뒤 매년 공연하고 있다. 노출이 많은 의상과 관능적 춤동작 때문에 16세 미만은 관람 불가다. 우리나라에서는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호두까기 인형’을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