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물에 담근 채소 ‘침채’가 ‘김치’로

입력 2015-12-04 20:50

김장철입니다. 김장은 ‘겨우내 먹을 김치를 한꺼번에 많이 담그는 일, 또는 그렇게 담근 김치’를 말하지요.

‘김치’는 우리 한자어인 ‘침채(沈菜)’에서 나왔다는 게 통설입니다. 沈은 ‘(물에) 잠기다, 담그다’, 菜는 ‘남새, 즉 채소’를 뜻하지요. 침채는 ‘물에 담근 채소’라는 의미이겠는데, 음운 변화를 거쳐 ‘김치’가 됐다고 보는 것입니다.

푹 익은 김장 김치를 뜻하는 ‘묵은지’, 무를 통으로 짜게 절여 담근 ‘무짠지’, 가늘고 긴 무에 노란 치자물을 들인 ‘단무지’ 등의 ‘지’는 어디에서 온 말일까요. ‘디히’가 원말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디히’는 조선 초중기에 간행된 ‘두시언해’에도 나오는데 ‘김치’를 뜻하는 우리말입니다. 무, 마늘 등을 된장, 고추장 등에 박았다가 먹는 ‘장아찌’를 한자로 ‘장지(醬漬)’라 합니다. 옛말은 ‘장앳디히’이지요. ‘장엣지’란 뜻인데, 사이시옷에 ‘지’가 붙어 ‘찌’로 발음된 것입니다. ‘지’는 또 무짠지를 일컫는 ‘청함지(靑鹹漬)’의 漬, ‘침채 저(菹)’자와 연관이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배추는 ‘백채(白菜)’가 변한 말입니다. 겉잎 속에 감춰진 뽀얀 속잎 색깔에서 따왔지요. 배추를 ‘배차’라고 하는 어른들이 계신데, ‘채’자의 원말이 조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