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마지막 주말. 홍콩에서는 크리스티홍콩과 서울옥션, K옥션 등 경매사들의 '경매 대전'이 뜨겁게 펼쳐졌다.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홍콩 진출 수십 년이 됐고, 미술시장 호황기인 2007년을 전후해 한국의 서울옥션, 영국 본햄스, 중국 폴리, 대만 라베넬 등이 상륙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거품론이 제기되는 단색화가 이번 홍콩 경매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서울을 아시아미술시장 허브로 만들고자 13년 전 출범한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는 2013년 생긴 홍콩바젤에 밀려 휘청거리고 있다. K-아트의 현주소와 나아갈 바를 홍콩 미술시장의 두 거물, 레베카 웨이 크리스티 아시아 지사장과 매그너스 렌프루 본햄스 아시아 담당 부회장을 만나 들어봤다.
서울 강남의 코엑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홍콩의 완차이 컨벤션전시센터. 미술품뿐만 아니라 도자기, 보석, 시계, 핸드백, 와인 등의 경매가 이틀째 진행 중인 지난달 29일, 이곳 VIP룸에서 레베카 웨이 크리스티 아시아 지사장을 만났다. 중국 본토 태생의 웨이 지사장은 매킨지에서 10년간 IT분야 컨설팅에 종사하다 2012년 크리스티에 스카우트됐다.
-28일 이브닝 세일에서 첫 1∼6번을 김환기, 박서보, 윤형근, 정상화 등 한국 단색화를 비롯한 추상미술로 채웠다.
“이런 시도는 처음이다. 그렇게 해도 된다는 확신이 든 것은 바젤 아트페어, 베니스비엔날레, 뉴욕 크리스티 전시 등을 통해 한국의 단색화와 추상화에 대한 인기가 검증됐기 때문이다. 특히 박서보, 윤형근, 정상화는 우리가 꼽는 3대 단색화 작가다. 결과도 아주 만족스럽다. 1번 김환기 작품은 추정가의 3배 가까운 가격(약 8억6500만원)에 낙찰됐다. 박서보 작품은 추정가를 높게 매겼음에도 아주 비싼 가격(13억9078만원)에 팔렸다.”
-한국에서는 단색화 가격 상승을 기형적으로 본다.
“2, 3년간 치솟은 건 사실이다. 그걸 걱정하기는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톱 피스(최고 작품)는 계속 가격을 유지할 거라는 점이다. (10억원 클럽에 든) 박서보 작품만 해도 반복적으로 그은 연필의 선 등 상태가 완벽한 마스터피스(걸작)라고 봐야 한다.”
-언급한 3명 외에 눈여겨보는 작가는.
“누구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한국 시장에서 개척할수록 (박서보 같은) 톱 작가들이 나올 것이다.”
-이번 주제로 ‘아시아 추상미술’을 내세웠다. 미술시장의 새 트렌드인가.
“현대적인 환경에서는 사람들이 정신적인 교감을 원하는 경향이 있다. 형태가 분명하게 정의되지 않은 것, 그래서 자기 스스로 해석할 수 있는 걸 원하는 것 같다. 그게 추상미술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이 되고 있다. 추상미술 인기는 2∼3년 더 지속될 것 같다.”
-홍콩 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컬렉터는 누구인가.
“홍콩 컬렉터가 가장 많고 중국 본토와 대만 출신에 이어 동남아(싱가포르 및 그 주변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가 뒤를 잇는다. 일본인과 한국인이 가세하는 형국이다. 지난 2, 3년간 자랑스럽게 느끼는 점은 아시아인들이 이제 아시아작품만 사는 게 아니라 뉴욕과 런던으로 나가 구미의 작품을 사는 등 점점 글로벌화 되고 있는 것이다. 피카소도, 반 고흐도 아시아인이 산다. 최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모딜리아니의 그림 ‘누워있는 나부’를 1억7040만 달러(약1967억 원)에 낙찰 받은 주인공도 중국인 아닌가.”
-키아프 활성화를 위해 제안을 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갤러리, 어떤 게스트가 참여하느냐 여부다. 보다 국제적이고 유명한 갤러리가 참여해야 한다. 단색화 등 한국미술이 주목받을 때, 지금이 엑티브하게 움직일 기회다.”
홍콩=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홍콩미술시장 두 거물에 K아트 길을 묻다] “한국 단색화, 거품 아니다 제2 박서보 계속 나올 것”
입력 2015-12-06 20:05 수정 2015-12-08 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