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Hope)가 이 세상에 머문 시간은 74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고통 속에 살고 있던 여러 명에게 ‘삶의 희망’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은 1일(현지시간) 아기 엄마 에마 리(32)와 아빠 드루 리(51)가 지난주 태어나 곧 숨을 거둔 딸 호프의 신장과 간세포를 성인 환자에게 기증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국 잉글랜드 남동부 서퍽주에 사는 이들 부부는 임신 3개월 무렵인 13주차에 병원 초음파 검사에서 딸이 무뇌증을 가지고 있다는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에마는 남녀 이란성 쌍둥이를 품고 있었다. 의사는 낙태를 권했다. 그러나 부부는 뱃속에서 아기를 계속 키우기로 결정했다.
임신을 유지한다는 것은 호프가 태어난 후 잠시나마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다섯 살 난 첫째 딸 매디도 동생을 안아볼 수 있다는 뜻이었다.
호프를 낳는 일은 또 다른 의미도 가질 수 있었다. 에마는 지난해 태어난 지 100분 만에 숨을 거둔 아기 테디 홀스턴이 심장 판막과 두 신장을 기증했다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리고 딸 호프도 장기기증으로 다른 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부부는 쌍둥이 오빠 조시의 뒤를 따라 태어난 호프가 숨을 거둘 때까지 말없이 꼭 안아줬다. 몸무게가 겨우 1㎏이 조금 넘었던 작은 호프는 파란 눈을 뜬 채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 손으로 직접 아이의 눈을 감겨 준 에마는 “호프가 살아있던 74분 동안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면서 “우리 모두는 그저 딸아이를 안아줬다”고 말했다.
숨을 거둔 호프는 곧바로 수술실에 들어갔고 성인 환자 한 명에게 두 신장을 이식해줬다. 호프의 간세포는 냉동돼 간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전해질 예정이다. 호프는 영국의 최연소 장기기증자가 됐다. 부부는 이날 호프를 화장했다.
부부는 쌍둥이의 탄생과 장기 이식을 도와준 케임브리지의 로지 병원에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호프가 태어날 때 함께 있었던 조산원은 호프의 손도장과 발도장, 사진이 담긴 상자를 그들에게 선물했다. 남편 드루는 “호프는 장애가 있었지만 작은 인형처럼 아름다웠다”고 떠올렸다.
에마는 “가슴 아픈 결정이었지만 딸아이가 오늘도 다른 사람 안에 살아있다는 사실이 슬픔을 덜어준다”면서 “74분밖에 살지 못했지만 일생 동안 다른 이들이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했으며, 우리는 딸이 영웅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숨 쉰 74분, 다 주고 떠난 아기… 英 언론, ‘호프’ 신장·간세포 성인 환자에 기증한 사연 보도
입력 2015-12-03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