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폐지 유예 논란] 삐걱대는 로스쿨 제도 ‘보완’에 초점… 법무부 결정 배경과 파장

입력 2015-12-04 04:03
김주현 법무부 차관이 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법시험 폐지를 2021년까지 유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법무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과천=이병주 기자


법무부의 전격적인 입장 변화에는 ‘로스쿨 제도의 장점을 놓치긴 아깝고, 그대로 두기에는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그래서 2021년까지 사법시험 제도를 보완적으로 운용하면서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사시 폐지를 시기상조로 받아들이는 상황도 한몫했다. 그러나 변호사 예비시험제도 등 다양한 가능성이 검토되면서 6년 뒤 ‘로스쿨 일원화’ 체제가 원안 그대로 시행될지는 불투명해졌다.



혼란 커지기 전에 입장 정리

지난달 18일 공청회 때만 해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법무부는 3일 ‘2021년’이라는 명확한 시점까지 제시하며 사시 폐지 유예 방침을 내놨다. 최근 ‘로스쿨 제도가 공정·투명하지 않다’는 여론이 무시할 수 없게 높아진 점이 첫째 이유로 꼽힌다. 법무부가 택한 현실적 대안은 적어도 공정성 시비에서는 자유로웠던 사시다. 법무부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85.4%가 사시 존치에 동의했다. 김주현 법무부 차관은 “사시는 수십년간 사법연수원과 연계해 공정한 기준에 따라 객관적으로 법조인을 선발해온 우리 제도의 근간”이라고 말했다.

사시 폐지 유예 방침을 결정한 이상 입장표명을 늦출 수는 없었다. 현행법에 따라 마지막 사시 1차 시험은 내년 2월 치러진다. 그 전에 법무부 입장을 정리해야 현재 사시 준비생들의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다. 봉욱 법무부 법무실장은 “오랫동안 입장정리를 위해 여러 의견을 검토해 왔고, 입장표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주무부처로서 입장을 밝히라는 국회의 압박도 작용했다. 4년이라는 유예기간은 ‘로스쿨-변호사시험 제도’ 시행 10년차를 맞고 변호사시험 응시 인원이 약 3100명에 수렴하는 때를 감안한 것이라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예비시험제 등 여러 대안 검토

법무부는 “2021년으로 유예됐지만 사시를 폐지하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로스쿨 도입 이후의 성과를 부정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사시 합격자가 명문대에 집중되는 현상은 로스쿨 출범 이후 어느 정도 완화됐다. 다양한 분야를 공부한 법조인의 비중도 늘었다. 김 차관은 “로스쿨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서 정착하는 과정에 있고, 그 경과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사시가 폐지된 이후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여지를 남겼다. 법무부는 변호사 예비시험과 같은 별도 시험에 합격하면 로스쿨에 다니지 않아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조인력 선발을 (로스쿨로) 일원화하되 간접적으로 사시 존치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2012년 관련 정책연구 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일본의 예비시험제가 대표적 선례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예비법조인들이 예비시험에 대거 몰리면서 대다수 로스쿨이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사시가 2021년 이후에도 그대로 존치될 가능성도 있다. 법무부는 “그럴 경우에는 현행 사법연수원을 대신할 별도 대학원 형식의 연수기관을 설립하는 대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최종 결정은 국회 몫으로

사시 폐지 유예가 바로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법무부 방침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에 반영할지는 법사위원을 비롯한 국회의원들 결정에 달려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사시 존치 법안은 총 6개다. 각 법안은 로스쿨 재학·졸업생의 사시 응시 허용 여부와 변호사시험 성적·석차 공개 여부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입법을 위해서는 법무부뿐 아니라 대법원 교육부 로스쿨 법과대학 등 여러 부문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며 “이번 발표는 법무부 입장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의원은 “사시 폐지 유보안은 한시적인 안”이라며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만약 법무부 방침이 법안에 반영되고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당장 2018년 사시로 선발할 인원부터 결정해야 한다. 사시 선발 인원은 사법시험법에 따라 사법시험관리위원회가 정한다. 위원회는 올해 150명, 내년 100명, 2017년 50명으로 점차 선발인원을 줄여가도록 2012년 의결했었다.

정현수 고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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