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통사들 ‘철 지난’ 단독 전용폰 경쟁

입력 2015-12-04 04:00
이동통신사들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제품을 단독 출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타사에는 없는 제품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단독 출시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린 쪽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지난 9월 단독 출시한 스마트폰 루나가 현재까지 12만대 판매됐다고 3일 밝혔다. SK텔레콤은 올해 말까지 루나 누적 판매량이 15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에 출시된 스마트폰 중 50만원 미만 보급형 제품이 3개월 만에 이 정도 판매량을 기록한 건 루나가 처음이다. 특히 성능은 뛰어나면서도 가격이 낮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10∼30대 고객 비중이 70%에 달했다. SK텔레콤은 “통신사업자 주도의 전용 단말기 성공 사례이자 실속형 제품이 고객으로부터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SK텔레콤은 올해에만 삼성전자 갤럭시A8, 기어 S2 밴드, 갤럭시 폴더 3G, 알카텔 아이돌착, LG전자 밴드 플레이 등을 전용 제품으로 출시했다.

KT는 보급형 스마트폰인 삼성전자 갤럭시센스(J5), 갤럭시J7, LG전자 G스타일로와 애플 아이패드 프로를 단독 출시했다. LG유플러스는 LG전자 아이스크림 스마트, 젠틀, 어베인 LTE를 올해 내놨다. 이통3사의 단독 출시 제품은 보급형에 편중된 것이 특징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중저가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단독 출시 제품은 이통사와 제조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가능하다. 제조사는 이통사와 단독 계약을 하면서 판매량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통사는 경쟁사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보조금 책정 및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루나의 성공도 SK텔레콤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올해 들어 이통사의 단독 출시가 많아지는 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과도 무관치 않다. 보조금 차별화가 힘들어지자 다른 이통사에선 구할 수 없는 제품을 확보하는 쪽으로 전략을 세운 것이다.

스마트폰 등장 이전에 있었던 피처폰 시절의 판매 전략으로 회귀한 셈이다. 피처폰 시절에는 이통사가 내세우는 특화 기능을 탑재한 전용폰이 시장의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전용폰은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필요한 기능이 있으면 앱을 내려받아 추가할 수 있게 되면서 제조사 입장에선 특정 이통사를 겨냥한 제품을 출시할 이유가 없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의 취지는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을 피하고 서비스, 요금 경쟁을 하라는 것인데 이통사들은 여전히 단말기 경쟁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