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직종인 법조인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 우리 사회는 이 문제를 오래도록 고민해 왔다. 사법시험을 둘러싼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했던 것은 미국식 제도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이었다.
하지만 2009년 개원한 로스쿨은 선발 과정과 교육비 등을 두고 끊임없는 잡음에 시달렸다. 사시에 비해 공정성 시비가 잦았고, 수월한 길을 걷는다는 아니꼬운 시선을 견뎌야 했다. 3일 사시 존치에 손을 들어준 여론은 로스쿨을 바라보는 여론이기도 하다.
◇바뀐 세상의 법조인=1947년 조선변호사시험, 1949년 고등고시 사법과에 이어 1963년부터 진행된 사시는 1980년까지 매년 100명 안팎의 합격자를 내는 데 그쳤다. 이후 합격 정원이 300명선으로 늘었지만 커지는 사회 규모에 비해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계속됐다.
사시 제도 개혁 필요성을 공론화한 것은 1995년 문민정부의 세계화추진위원회였다. 위원회는 법과대학 6년제화, 미국식 법률전문대학원 설치 필요성 등을 거론했다. 하지만 이는 직역(職域) 문턱이 낮아지는 것을 꺼린 기존 법조계의 반발에 부닥쳤다. 결국 사시 합격 정원 확대까지만 합의됐다.
로스쿨로 사시 역할을 대체하자는 논의는 참여정부 들어 재점화됐다. 법률서비스가 권위적이라는 불만과 함께 ‘고시 낭인’의 사회적 손실이 크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2004년 사법개혁위원회는 로스쿨 도입을 결정하며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2005년 1월 마련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변호사협회의 전면 수정 요구, 법대 학장들의 단식농성 등을 거쳐 2007년 7월 공포됐다.
◇왼쪽 깜빡이로 우회전=이런 로스쿨은 입학생 선발 과정, 이후 검사 등으로의 선발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신기남 의원은 각각 로스쿨 출신 자녀의 취업 청탁, 졸업시험 구제 압력 의혹으로 로스쿨 여론을 나쁘게 했다. ‘돈스쿨’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은 로스쿨의 반박에도 여전했다. 참여정부의 취지와 실상을 비교해 “왼쪽 깜빡이를 넣고 우회전을 했다”는 말이 회자됐다.
로스쿨을 보는 여론의 속내에는 법조인으로서의 실력 논란도 숨어 있다. 로스쿨이 사시보다 수월한 법조인 입문 코스라는 생각은 일반적으로 퍼져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법무부 장관이던 지난해 7월 서울 광성중학교를 찾아 “사법시험 때는 시험이 정말 어려웠다. 그런데 이제는 로스쿨이 생겨 기회가 넓어졌고, 변호사시험 합격률도 80%에 가까울 정도로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이날 법무부 발표 직후 로스쿨 학생들이 총자퇴를 운운한 것은 실력 논란을 다시 초래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매년 1500명을 넘고, 사법시험관리위원회가 내후년까지 사법시험으로 더 뽑겠다고 밝힌 인원은 150명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시 폐지 유예 논란] ‘돈스쿨’ ‘현대판 음서제’… 여론의 시선은 따가웠다
입력 2015-12-03 2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