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실세들 ‘예산’ 챙길 건 다 챙겼다… 그들만의 ‘잔치’ 구태 벌여

입력 2015-12-03 22:12

올해도 국회에서는 어김없이 ‘예산 잔치’가 벌어졌다. 여야 지도부 등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이 대폭 증액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치권 내부에서조차 ‘이기적인 월권’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예산안 심의 당사자들의 지역구 챙기기가 여야 협상 자체의 진정성까지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의 지역구 예산 증액 경쟁에는 여야 구분이 없었다. 여당에서는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이 독보적이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역구(경북 경산)를 관통하는 대구선 복선전철 사업 예산은 정부안(2251억원)보다 70억원 늘었다. 또 산업지구 용수 공급 시설과 진입도로 예산 등이 추가 편성되면서 100억원 이상이 최 부총리의 지역구에 추가 배정됐다. 친박 핵심인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전남 순천·곡성)도 재보선 공약대로 ‘예산폭탄’을 지역구에 안겼다. 가축분뇨 처리 시설과 파출소 신축 사업에 13억원 이상 편성됐고, 순천대 보수사업 등 34억원 이상의 각종 시설 예산을 챙겼다. 같은 당 원유철 원내대표(경기 평택갑)는 파출소 두 곳을 새로 짓기로 했고, 예결위원장인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은 당초 13억1000만원이던 모교(경상대) 국제문화회관 건립 사업에 50억원을 더 보탰다.

야당도 만만치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경기 안양만안)는 석수역 주변 하수시설 설치 예산 10억원을 확보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지역구(전북 익산갑)에 박물관 시설확충 예산 10억원과 하수관거 정비 예산 5억원 등을 따냈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경기 오산)도 복합문화체육센터 설계비 30억원을 예산안에 새로 반영시켰다. 호남 비주류를 대표하는 박지원 의원(전남 목포)은 무려 786억원의 지역구 예산을 챙겼다.

매년 반복되는 실세들의 지역구 챙기기를 놓고 정치권 안팎의 따가운 시선이 쏟아진다. 예산안 협상을 맡은 당사자들이 자기 지역구 예산을 우선 편성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야당의 한 초선 의원은 3일 “한정된 예산을 소위 실세 인사가 먼저 챙겨가는 것은 이기적인 월권”이라며 “앞으로 원내지도부나 예결위원들은 지역구 예산을 증액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고 성토했다.

그러나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정치인의 책무라고 항변한다.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인들은 지역구 예산을 위해 영혼도 팔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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