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의 애장품 자선경매] 훈훈한 사랑나눔… 별은 더 빛났다

입력 2015-12-12 04:01
지난달 10일 진행된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의 온라인경매에는 연예인들의 애장품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와 배우 하지원 고소영이 직접 디자인한 손가방 ‘피카부’가 단연 눈길을 끌었다. 서울 강남구 언주로 K옥션 전시장에는 경매에 앞서 이들의 애장품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펜디가 사회공헌활동의 하나로 K옥션을 통해 경매를 진행했다. 김연아 선수는 역대 경기 중 가장 인상에 남는 ‘뱀파이어의 키스’ 쇼트 프로그램 의상에서 영감을 받아 분홍빛 가죽의 백을 디자인했다. 경매 시작가는 1000만원이었다. 100만원씩 오르는 방식으로 경매를 실시한 결과 9명이 경쟁을 벌여 1800만원에 낙찰됐다.

하지원은 영국 재즈그룹 브랜드 뉴 헤비스의 노래 ‘유 아 더 유니버스(You Are The Universe)’라는 문구를 넣어 밝고 경쾌한 느낌의 핑크 백을 내놓았다. 역시 1000만원에서 시작해 1100만원에 낙찰됐다. ‘청마의 해’에 태어난 딸의 이미지를 디자인한 고소영의 가방은 1600만원에 낙찰됐다. 3가지 핸드백의 판매 수익금은 모두 자선단체에 기부됐다.

유명인사들이 기증한 애장품 경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경매의 경우 수수료는 위탁자와 낙찰자가 각각 16%를 낸다. 하지만 자선경매 위탁자는 수수료를 내지 않는 대신 낙찰 전액을 대부분 기부한다. 낙찰자는 수수료에 대한 부가세 10%까지 포함해 낙찰가의 17.6%를 지불하면 스타들의 애장품 주인이 될 수 있다.

지난달 27일 자선단체인 ‘위아자 나눔장터’ 주관으로 열린 K옥션 온라인경매에서는 영화 ‘베테랑’과 ‘사도’를 통해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유아인의 맨투맨 티셔츠가 15만원부터 시작해 31만원에 낙찰됐다. 유아인 소속의 창작그룹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만든 것으로 등에 블루(BLUE)와 넘버 3이 적혀 있다.

방송인 유재석의 사인이 있는 백팩은 50만원에 나와 50만원에 팔렸다. 이 가방은 유재석이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들고 나오기도 했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윤도현 록그룹 YB 멤버 다섯 명의 친필 사인이 있는 어쿠스틱 기타는 30만원에서 시작해 19명이 경쟁을 벌인 끝에 64만원에 최종 낙찰됐다.

스포츠 스타들의 기증품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과 두산 베어스 김현수 선수의 유니폼이 각각 10만원에 나와 16만원과 24만원에 팔렸다. 넥센 히어로즈 서건창 선수의 유니폼은 18만원에 낙찰됐다. NC 다이노스가 기증한 테임즈 선수의 유니폼도 18만원에 팔리고 넥센 선수들의 사인이 있는 야구공은 32만원까지 올랐다.

2013년 1월 30일 K옥션 경매에 나온 가수 싸이의 선글라스와 콘서트 티켓 4장은 10만원에서 시작해 160만원까지 올랐다. 양현석이 대표로 있는 YG 소속 엑소 수호의 사인이 있는 모자와 상하의 세트는 25만원에 나와 무려 52명이 경합 끝에 149만원에 팔렸다. 그룹 2NE1의 재킷은 시작가보다 7배 많은 70만원에 낙찰됐다.

사회 저명인사들의 기증도 잇따르고 있다. 이연복 셰프의 일본 슌(旬) 중식칼은 40만원에 출품돼 52만원에 낙찰되고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내놓은 중국 서예가 이덕서의 휘호는 100만원에 시작해 200만원까지 올랐다. 프로골퍼 김대현의 캘러웨이 XR 3번 우드는 52만원(시작가 30만원)에 팔렸다.

2008년부터 ‘사랑나눔’ 경매를 통해 저소득층 어린이들의 미술교육을 지원하는 K옥션은 자선경매 낙찰 전액을 한국메세나협회에 기부하고 있다. 낙찰자는 연예인의 팬들도 있지만 일반인이 많다고 한다. 이상규 K옥션 대표는 “스타들의 애장품을 소장하고 자선단체에 기부도 한다는 의미에서 응찰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