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갚을 능력’ 심사로 전환… 돈 빌리기 어려워진다

입력 2015-12-03 21:17
급증하는 가계대출에 금융 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앞으로 신규 대출 시 여러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지고 원금과 이자도 첫달부터 만기까지 함께 갚아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이처럼 은행의 개인대출 심사를 선진국형으로 강화하는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을 마련해 내년 중 시행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은행의 대출 심사를 담보 위주에서 갚을 수 있는 능력 평가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며 “가계대출에는 총체적 상환부담(DSR)을 산출해 은행이 자율적으로 사후관리에 활용토록 하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DSR은 대출 가능 여부를 따질 때 다른 금융기관의 대출까지 합산해 원리금을 함께 갚을 능력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현재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강화된 개념이다. 대출 한도를 계산할 때 쓰는 ‘상환금액÷소득’ 공식에서 분자가 되는 월 상환 금액을 DSR 기준에 따라 늘려잡겠다는 것이다. 분모가 되는 대출자의 소득도 원칙적으로 증빙 가능한 소득만으로 평가하도록 한다는 게 금융위의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에서 같은 금액을 빌리려 해도 분자는 커지고 분모는 작아져 갚아야 할 부담이 더 큰 것으로 계산된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에는 스트레스 금리가 도입된다. 스트레스 금리는 앞으로 금리가 1∼2% 포인트 이상 올랐을 때도 원리금을 제대로 갚을 수 있을지 예측하는 것으로, 현재 금리 기준으로 대출이 가능하더라도 스트레스 금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대출을 막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이나 고부담 대출 등에는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을 아예 없애고 원리금 분할상환 원칙을 적용한다. 결국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이 시행되면 대출 금액이 크게 줄거나 아예 불가능해진다.

임 위원장은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은 금리 인상에 대비한 가계부채 연착륙 방안”이라고 설명하면서 “아직은 실무진이 초안을 마련한 단계로, 이달 안에 방침을 확정해 내년 중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해 빚내서 집을 사도록 부추겼던 정부의 정책 방향을 전환, 가계대출을 가능한 까다롭게 해 금리가 올랐을 때 빚을 갚지 못하는 가계가 늘어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에게 불편이 없도록 집단대출이나 단기 생활자금 등은 예외로 둘 예정”이라며 “예외를 충분히 둬서 시장이 경직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부동산시장 과열의 주범인 아파트 분양 집단대출을 예외로 했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는 오히려 집단대출 규제 도입을 요청했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올해 아파트 분양 물량이 70만호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정부의 중장기 계획 물량인 연평균 27만호를 큰 폭으로 넘어섰다”며 “3년 뒤 입주 시점에 미분양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집단대출이 개인대출로 전환되는 입주 시점에 미분양이 발생하면 건설사들은 물론 금융회사들도 충격을 받게 된다. 송 연구위원은 “아파트 분양 시점에 개인 신용평가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며 집단대출 규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