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총기소지의 자유’라는 전통과 무차별 총격 테러 위협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연이은 총격사건으로 총기 규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국민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총기를 찾는 역설이 반복되는 형국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샌버나디노 사건을 포함해 올해 미국에서 총기 난사로 462명이 사망하고 1314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지난달 콜로라도스프링스의 낙태 옹호단체 ‘가족계획연맹’ 진료소에서 총기난사로 3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에도 지난달 27일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미 전역에서 총기판매량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날 미 연방수사국(FBI)의 총기 구매자 신원조사가 사상 최대인 18만5345건에 달했으며 지난해 같은 날과 비교해도 5%가량 늘어났다. 취미나 수집 목적의 구매자들은 의무적인 신원조회 대상도 아니어서 실제 총기 거래량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총기구매자의 신원조사를 의무화하는 새로운 행정명령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공화당을 비롯한 정치권 안팎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미국 총기협회의 로비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탓이다.
총기 규제를 통해 위험인물의 무기 조달 가능성을 차단하자는 오바마 정부의 총기규제 논의에 설득력을 더하는 연구결과도 공개됐다.
미 비밀경호국(SS)은 같은 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2001년 이후 현재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공공건물이나 공직자 대상 테러 공격 중 80%가 기존 테러조직과 무관한 ‘외로운 늑대’의 단독소행이라고 밝혔다. 테러 43건 중 35건의 범인이 1명이었으며 이들의 테러 공격 중 절반가량은 위협적 언행, 사회활동 결여, 대인관계 문제 등 여러 사전 징후를 보였다며 민관 협력을 통한 예방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FBI가 지난해 9월 발간한 자료를 인용, 2000∼2013년 미국에서 발생한 총격사건 160건 중 오직 2건만 2명 이상의 범인이 저질렀고 범인이 여성이었던 경우는 6건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美총기사고, 더 많은 총기판매로… 블랙프라이데이 매출 사상 최대
입력 2015-12-03 19:31 수정 2015-12-03 2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