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라면… 쌀… 가난한 자들의 기부

입력 2015-12-03 22:09
익명의 기부자가 지난 1일 충북 청주시 용암2동 주민자치센터에 보내온 쌀과 라면. 아래 사진은 지난달 23일 전남 영광군 염산면사무소 직원들이 익명으로 기부받은 고구마를 차량에 싣는 모습. 뉴시스

지난달 23일 전남 영광군 염산면사무소에 한 중년 여성이 전화를 걸어왔다. 이 여성은 “내가 홀로 심고 재배한 고구마를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과 나눠 먹고 싶다”며 고구마를 캐서 쌓아 놓은 하우스 위치를 알려줬다. 면장과 직원들이 하우스에 가보니 고구마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들은 20㎏ 상자에 고구마를 담기 시작했다. 고구마는 50상자(1000㎏·200만원 상당)나 됐다.

고구마를 받아든 이웃들은 “그분도 넉넉한 살림이 아닐 텐데 손수 키운 고구마를 나눠주는 마음씨에 감동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11일에는 강원도 철원군 서면사무소에 전화가 걸려왔다. 중년의 여성은 “계좌번호 좀 알려 달라. 자등리에 사는 어려운 분들에게 기부하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이름을 밝히길 거부했다. 이윽고 알려준 계좌로 100만원이 익명으로 입금됐다. 그녀는 지난해 11월에도 자등리 이웃들을 위해 100만원을 기부했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아마 어린시절 그 마을에서 어렵게 사셨던 분이 고향에 대한 애틋한 마음으로 기부하는 것 같다. 마음이 짠하다”고 했다.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더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가진 것을 선뜻 내놓는 ‘가난한 자의 기부’는 늘 뭉클하다. 그들이 내놓는 10만원, 1만원은 부자가 기부하는 10억원과는 다른 감동을 준다. 올해 세밑에도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부자인 ‘천사’들의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충북 청주시 용암2동 주민센터에는 익명의 시민이 최근 쌀 10㎏짜리 10포대와 라면 10박스 등 34만원 상당의 물품을 보내왔다. 그는 2013년 추석을 앞두고 쌀 20포대를 기부하더니 매년 추석과 연말에 쌀과 라면을 주민센터에 전달했다. 지난 9월 추석을 앞두고는 쌀을 기탁했다.

지난 2일에는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에 각자 저금통을 든 초등학생 20여명이 찾아왔다. 서광지역아동센터에서 ‘방과후 생활’을 하는 저소득층 어린이들이었다. 이들이 가져온 20여개 돼지저금통을 모으니 68만9810원이나 됐다. 어린이들이 올 초부터 용돈을 쪼개 모은 동전이었다.

청주=홍성헌 기자,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