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전남 영광군 염산면사무소에 한 중년 여성이 전화를 걸어왔다. 이 여성은 “내가 홀로 심고 재배한 고구마를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과 나눠 먹고 싶다”며 고구마를 캐서 쌓아 놓은 하우스 위치를 알려줬다. 면장과 직원들이 하우스에 가보니 고구마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들은 20㎏ 상자에 고구마를 담기 시작했다. 고구마는 50상자(1000㎏·200만원 상당)나 됐다.
고구마를 받아든 이웃들은 “그분도 넉넉한 살림이 아닐 텐데 손수 키운 고구마를 나눠주는 마음씨에 감동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11일에는 강원도 철원군 서면사무소에 전화가 걸려왔다. 중년의 여성은 “계좌번호 좀 알려 달라. 자등리에 사는 어려운 분들에게 기부하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이름을 밝히길 거부했다. 이윽고 알려준 계좌로 100만원이 익명으로 입금됐다. 그녀는 지난해 11월에도 자등리 이웃들을 위해 100만원을 기부했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아마 어린시절 그 마을에서 어렵게 사셨던 분이 고향에 대한 애틋한 마음으로 기부하는 것 같다. 마음이 짠하다”고 했다.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더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가진 것을 선뜻 내놓는 ‘가난한 자의 기부’는 늘 뭉클하다. 그들이 내놓는 10만원, 1만원은 부자가 기부하는 10억원과는 다른 감동을 준다. 올해 세밑에도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부자인 ‘천사’들의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충북 청주시 용암2동 주민센터에는 익명의 시민이 최근 쌀 10㎏짜리 10포대와 라면 10박스 등 34만원 상당의 물품을 보내왔다. 그는 2013년 추석을 앞두고 쌀 20포대를 기부하더니 매년 추석과 연말에 쌀과 라면을 주민센터에 전달했다. 지난 9월 추석을 앞두고는 쌀을 기탁했다.
지난 2일에는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에 각자 저금통을 든 초등학생 20여명이 찾아왔다. 서광지역아동센터에서 ‘방과후 생활’을 하는 저소득층 어린이들이었다. 이들이 가져온 20여개 돼지저금통을 모으니 68만9810원이나 됐다. 어린이들이 올 초부터 용돈을 쪼개 모은 동전이었다.
청주=홍성헌 기자, 전국종합
고구마… 라면… 쌀… 가난한 자들의 기부
입력 2015-12-03 2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