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55번째 총기난사… 송년파티가 유혈극으로

입력 2015-12-03 19:29 수정 2015-12-04 00:15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 장애인 재활시설 인랜드 리저널 센터에서 무장괴한 2명에 의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뒤 구호인력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이날 총기난사로 14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했다. 왼쪽 작은 사진은 건물 안에 있던 민간인들이 사건 발생 뒤 밖으로 나오는 모습. AP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인근 도시 샌버나디노 장애인시설에서 부부로 알려진 남녀 2명이 총기를 난사해 14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쳤다. 사법 당국은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테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사건은 올해 미국에서 발생한 355번째 총기 관련 범행이다. 희생자 수로 보면 2012년 12월 코네티컷주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26명이 사망한 총격사건 이후 최대 규모다.

현장 목격자들에 따르면 2일 오전 11시11분쯤(현지시간) 자동소총으로 무장하고 방탄조끼를 입고 복면을 쓴 남녀가 샌버나디노 장애인 재활시설인 인랜드 리저널 센터 안으로 난입해 총을 난사했다. 총기난사 현장에서는 샌버나디노 카운티 공중보건과 직원들이 송년 파티를 하던 중이었다. 경찰은 사건 발생 5시간 만에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도주하던 용의자들과 총격전을 벌여 이들을 사살했다.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남성 총격범은 샌버나디노 카운티 보건국의 환경보건 전문가로 근무하던 사이드 R 파룩(28·사진)이며 여성은 타시핀 말리크(27)로 확인됐다. 이들 사이엔 6개월 난 딸이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제러드 버건 샌버나디노 경찰국장은 “카운티 직원인 파룩도 이 송년 파티에 참석했다가 다른 사람과 언쟁을 하고 자리를 떴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장에 다시 나타나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파룩은 미국 시민권자로 독실한 무슬림 신자로 알려졌다. 아내로 알려진 말리크는 파키스탄 출신으로 미국에 오기 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살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버건 국장은 “어느 정도 계획을 한 게 분명하다. 나는 그들이 그냥 집으로 달려가 총을 들고 온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른 경찰 관계자도 “총격범들이 사명을 띤 것처럼 범행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보디치 미 연방수사국(FBI) LA지국 부지국장은 “이번 사건은 직장 내 폭력사건일 가능성과 테러 사건일 가능성이 반반”이라며 “테러 행위와 연관성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사건이 발생한 샌버나디노시는 LA에서 동쪽으로 60마일(95㎞) 떨어진 인구 21만1000여명의 도시로, 한인 밀집지역이기도 하다. 인랜드 리저널 센터는 샌버나디노와 리버사이드 카운티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들의 재활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의료기관이다. 직원은 670명이고 지적장애, 뇌성마비, 자폐, 뇌전증 등으로 불편을 겪는 이들이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화·민주 양당이 초당적 입장에서 총기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다시 촉구했다. 이에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주자들은 이번 사건이 충격적이라는 점에는 한목소리를 냈지만 총기 규제에 대해서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의 유력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이제 총기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주로 애도에 초점을 맞췄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 벤 카슨 후보는 “유가족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다.

총격 사건 이후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트위터 계정에는 ‘#미국은_불타고_있다’란 해시태그가 붙었고 “3마리의 사자가 자랑스럽다. 그들은 여전히 살아있다.”, “신의 뜻에 따른 지옥” 등의 글이 올라왔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배병우 선임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