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심사 때문에 꼬여버린 예산들] 한·중 FTA 대책엔 과다 증액…노사정 합의사항엔 ‘나몰라라’

입력 2015-12-03 21:55

국회는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인 2일을 지키지 못했다. 공방 끝에 3일 새벽까지 질질 끌면서 내년도 수정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을 처리하면서도 예산과는 무관한 법안을 떨이 식으로 처리했고 내년도 예산은 치밀한 심사 과정 없이 확정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통과 이후 내놓은 추가보완대책에 대책 없이 많은 예산을 증액했고 ‘노사정 대타협’ 합의사항은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3일 통과한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밭고정직불금에 대한 예산을 371억원을 늘려 1431억원으로 최종 확정했다. 그동안 정부는 보리, 밀, 양파 등 26개 한·미 FTA 품목에 대해 ㏊(헥타르)당 40만원 지급하고 기타 작물은 25만원을 지급했다. 이를 여야 합의에 따라 전 품목에 대해 ㏊당 4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2017년부터는 직불금 단가가 매년 5만원씩 인상돼 2020년에는 직불금이 ㏊당 60만원이 된다.

그러나 정부가 발고정직불금을 과다 계상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11월 타결된 한·중 FTA는 1611개 농축수산품 중 쌀·보리·감자·옥수수 등 농산물과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오리고기 등 축산물부터 사과·배·포도 등 과일과 양파·간장·된장 등 548개가 아예 양허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대두와 양배추·토마토 등 216개 품목만 즉시 개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FTA와 무관한 작물까지도 직불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정부는 한·중 FTA로 연평균 농산품이 입을 피해액은 77억원, 수산품은 104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면서 “여야 모두 제대로 계산도 하지 않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고용노동부는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서 육아휴직급여와 출산휴가급여 등 모성보호육아지원금을 총 9297억원으로 1000억원 늘리면서 정부 예산 지원액은 올해와 같은 700억원만 배정했다.

정부 지원 비중이 낮아짐에 따라 실업급여 재원으로 쓰여야 할 고용보험기금 지출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노사정이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정부지원금을 늘리도록 합의한 것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도 “노동개혁의 사회안전망 확충을 추진하기 위한 예산이 미흡하게 편성됐다”고 비판했지만, 국회 예산 심사가 부실하게 이뤄지면서 이 같은 부분은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 2일 통과한 예산에서 모성보호육아지원금의 정부 예산 지원액은 정부 제출안과 동일하게 책정됐다.

세종=서윤경 기자, 조민영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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