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이재명표’ 복지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산후조리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 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보건복지부는 시행령으로 제한을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의 공공산후조리원 사업을 쉽게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에 대해서도 복지부는 ‘중앙정부와 협의해야 하는 대상이 맞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정부 동의 없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하지 말라는 얘기다.
◇법 통과됐는데 성남 공공산후조리원 불투명=국회가 2일 통과시킨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공공산후조리원 설치를 법적으로 보장했다. 야당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성남시의 산후조리원 정책이 복지부와 갈등을 빚자 이를 법제화하는 것을 강력히 추진해 왔다.
그런데 복지부는 법 통과 뒤 법안에 없는 얘기를 했다. 3일 보도자료를 내고 “산후조리원 이용이 불편한 지역이나 산모가 집에서 서비스를 받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사업’을 하기 어려운 지역 등에 지자체가 산후조리원을 설치·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는 법이 생겼음에도 성남시의 산후조리원 사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복지부는 성남시 사업을 ‘불수용’할 때도 “성남은 산후조리원 이용이 불편하지 않고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사업이 가능한 지역”이라는 근거를 댔다.
복지부는 아울러 “무분별한 무상지원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시행령을 통해 산후조리원 설치 관련 여러 기준을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통과된 법에는 ‘설치 기준과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시행령으로 규정한다’는 내용이 함께 들어 있다. 시행령은 대통령 권한이지만 사실상 복지부가 만든다.
야당은 반발했다. 법 개정을 주도한 남인순 의원은 “법 취지와 맞지 않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정하는 것은 법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도 협의하라”=박 시장의 청년수당 사업에 대해서도 복지부는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 않겠다는 태도다.
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강완구 사무국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법제처와 민간 법무법인 두 곳에 법률 자문을 의뢰한 결과 해당 사업이 복지부 장관과 협의해야 하는 제도임을 법적으로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해당 사업은 청년의 역량 개발, 사회참여 지원 등을 지원하려는 것으로 사회서비스의 정의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청년수당 사업의 공은 다시 서울시로 넘어간 모양새다. 서울시는 복지부와 협의를 하든가 사업을 독자 추진하든가 선택해야 한다. 서울시는 그간 일자리 사업이므로 복지부와 협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강 사무국장은 “서울시가 협의하지 않을 경우 그 사실을 행정자치부에 통보하고, 행자부는 지방교부세를 삭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우리 쪽의 법률 검토도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커지는 ‘복지 갈등’
입력 2015-12-03 21:03 수정 2015-12-04 0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