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예산 떠넘기기… 보육대란 또다시 초읽기

입력 2015-12-03 19:12
‘보육대란’이 다시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회는 어린이집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우회지원으로 예비비 3000억원을 편성했다. 정부·여당은 “어느 정도 성의를 보였다”는 입장이지만, 시·도교육감들은 “말도 안 되는 액수”라며 강력 반발했다. 시·도교육청들은 정부의 추가 지원 없이는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방침을 사실상 굳혔다.

◇교육감들 강력 반발=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3일 “우회지원 3000억원은 누리과정 예산으로 인한 갈등과 혼선을 또다시 반복하게 만드는 임시방편”이라며 “한 달 뒤 다가올 보육대란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국회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법률적으로 교육감의 책임이 아니며, 현실적으로도 교육청 재원으로는 편성 자체를 할 수 없다”면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대구·경북·울산 등 3개 교육청만 6∼9개월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했다. 14곳은 전혀 편성하지 않았다. 정부 지원 3000억원은 내년 사업비 2조1000여억원에는 크게 부족하다. 정부는 교육 교부금과 지방채 등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이 알아서 충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목적예비비로 예산이 내려온다면 학교시설 고치는 것 등 말 그대로 해당 목적에만 쓰겠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예산을 편성하고 싶어도 돈이 없다. 또 빚을 내라는데 이미 올해 누리과정 때문에 빚을 냈기 때문에 이미 재정 건정성이 크게 훼손된 상태”라고 말했다.

◇보육대란 현실화되나=이런 상태면 보육대란을 피하기 어렵다. 어린이집 학부모들에게는 언제 그 여파가 닥치게 되는 걸까.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의 흐름을 알아야 예측이 가능하다. 학부모는 ‘아이사랑카드’로 어린이집 보육료를 결제한다. 어린이집은 카드회사로부터 돈을 받게 된다. 카드회사는 다음달 보건복지부 산하 사회보장정보원에 대금을 청구한다. 사회보장정보원에서 나가는 돈은 지자체로부터 나온다. 지자체는 이 돈을 시·도교육청에서 받는 구조다. 복지부는 누리과정 예산에서 손을 뗀 상태여서 중간 전달자 역할만 한다. 결국 시·도교육청과 지자체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학부모에게 지원이 끊기는 시점이 결정된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대전과 충·남북 3곳을 뺀 나머지 지자체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임시로 편성해 놓은 상태다. 시·도교육청이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더라도 지자체가 사회보장정보원 쪽으로 돈을 준다면 학부모들은 아이사랑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가 언제까지 자체 예산으로 이를 메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지자체마저 돈을 끊으면 아이사랑카드는 ‘부도’가 난다. 예컨대 내년 1월부터 시·도교육청과 지자체에서 돈이 나오지 않는다면 2월부터는 보육대란이 일어나게 된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