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폐지 4년 유예… ‘예비 시험제’ 검토

입력 2015-12-03 22:09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열린 사법시험 존폐 논의 공청회에서 법무부는 의원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신중히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게 발단이었다. 법무부 대표로 참석한 검사는 주어진 시간 10분 중 2분가량만 써서 원론적 수준의 발언만 하고 마쳤다. 공청회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법제사법위원장 이상민 의원은 “아니, 법무부 입장을 내 달라고 했더니 여러 의견을 들어서 결론을 내겠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한성 의원은 “아주 정치인 다 됐네. 이게 법 집행기관의 자세냐”고 추궁했다. 급기야 해당 검사는 퇴정 조치를 당했다. 법무부 책임자를 불러오라는 호통이 떨어졌다. 결국 최근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한 법무부 법무실장이 부랴부랴 휠체어를 타고 국회로 향했지만 공청회가 끝난 뒤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이후 보름이 지난 3일 법무부가 ‘사시 폐지 4년 유예’라는 정부의 첫 공식 입장을 내놨다. 법무부는 2017년 12월 31일로 폐지될 예정이던 사시를 2021년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로스쿨 제도가 시행 7년차를 맞았지만 유일한 법조인 선발 통로로 삼기엔 여전히 불완전하다는 판단에서다. 사시 존치 찬반 논란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내놓은 중재안 성격도 짙다. 그러나 존치론과 폐지론 양쪽 모두 반발하고 나서서 논란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김주현 법무부 차관은 “사시 폐지안을 2021년까지 유예한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지난 9월 국민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85.4%가 사시 존치에 찬성했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2017년 사시 폐지 의견은 23.5%에 그쳤다.

법무부는 현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데 4년은 걸린다는 입장이다. 4년 뒤의 대안으로 로스쿨 졸업생이 아니더라도 변호사시험 응시 자격을 주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일본에서 시행 중인 ‘변호사 예비시험제’와 유사한 성격이다.

사시를 폐지하고 법조인 선발 제도를 ‘로스쿨-변호사시험’으로 일원화하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은 노무현정부 때부터 추진돼 2009년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시행 후에도 이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