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중화자본 ‘밀물’… 동양생명·동양증권이어 현대라이프도 2대 주주로

입력 2015-12-03 19:40
중화자본이 한국 금융시장에 밀물처럼 밀려들고 있다. 현대라이프는 4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푸본생명의 2200억원 유상증자를 받아들일 예정이다. 푸본생명은 현대라이프의 지분 48%를 보유, 현대차그룹에 이은 2대 주주로 올라선다. 푸본생명은 폴 린 최고투자책임자 등 4명의 임직원을 현대라이프에 파견한다. 현대라이프는 두 회사의 관계가 전략적 제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9월 중국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 지난해 10월 대만 유안타금융의 동양증권 인수 등에 이은 중화권 자본의 국내 진출 최신 사례다. 중화권 자본의 한국 진출이 산업 전반에서 본격화되고 있지만 대체로 한국의 기술노하우를 흡수하는 차원인 반면, 금융시장에서는 아예 간판을 바꿔 달거나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는 등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현대라이프 관계자는 “푸본금융그룹이 이미 여러 해 전부터 한국 금융시장을 눈여겨봐 왔다는 얘길 듣고 깜짝 놀랐다”며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제휴하면 중국 본토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금융권 종사자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중화권 자본에 인수된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직원들도 유럽이나 미국계 금융회사가 인수하는 것보다 중국계의 인수를 내심 더 바랐던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미국·유럽계 금융회사들이 단기수익을 올리기 위해 인력 감축 등을 거듭하는 것과 달리 중화권 자본은 풍부한 자금을 배경으로 한국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 다른 금융회사 관계자는 “몇 백억 투자도 과감하게 결정하는 모습을 보고 중국 경제의 성장세나 규모가 대단하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중국어 배우기 열풍이 한창이다. 3년 전부터 중국어를 익힌 동양증권의 한 부장은 “중국계 임원에게 첫 인사를 중국어로 했더니 확실히 분위기가 좋아졌다”며 “중국어를 어떻게 공부하면 되는지 물어보는 직원들도 많다”고 전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