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에서 3일 통과된 새해 예산안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의원들의 ‘선심성 예산’이 대폭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안(386조7059억원)보다 3062억원이 순(純)삭감됐다고는 하지만 ‘지역구 표심용’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은 되레 4000억원가량 증액된 것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예산 챙기기가 두드러졌다. 박근혜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김재원 의원(경북 군위·의성·청송)은 고로∼우보 국도건설 사업에 당초 정부안에 없던 6억원을 반영시켰다. 당내 경제통으로 꼽히는 강석훈 의원(서울 서초을)은 양재·우면 연구개발지구 토지이용계획 용역 수립비로 3억원을 챙겼다.
의원들은 정책 예산이 아니라 총선용 예산 확보에만 열을 올렸다는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홍보전에 힘을 쏟았다. 같은 사업 예산을 서로 따냈다고 주장하는 진풍경이 연출되는가 하면 원내외 총선 경쟁자 간 신경전도 치열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찬열 의원(경기 수원갑)은 인덕원∼수원 복선전철 사업 예산을 45억원 증액했다고 홍보했지만 새누리당 비례대표인 김상민 의원은 자신이 이 예산을 확보했다고 했다. 수원갑 출마를 희망하는 김 의원은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의 예산확보 실적을 홍보하면서 “국회 예결특위 활동을 통해 진력을 다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이에 새누리당 수원갑 당협위원장인 박종희 전 의원은 “오래전부터 추진됐고 다른 현역 지역구 의원들의 역할이 컸던 사업”이라고 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지역구(부산 사상)를 물려받아 출마하려는 비례대표 배재정 의원은 사상∼하단 도시철도 건설 예산을 150억원 늘렸다는 의정보고서를 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전도 치열했다. 최근 ‘신당 행보’를 걷고 있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창천 고향의 강’ 조성 사업비로 국비 27억원을 추가 확보했다”며 지역구에 있는 하천 정비 사업비 증액을 부각시켰다. 또 “광주∼완도 고속도로 건설 사업에도 노력을 기울여 국비 172억원 확보에 성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김경택 고승혁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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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03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