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내린 3일 김장 나누기를 통해 소외된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는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서울 은평구 예수사랑교회(지성래 목사) 성도들은 독거노인 등에게 전달할 김치를 담갔고 대한성공회 성도들 역시 소외 이웃을 위한 김장담그기 행사를 열었다.
이날 예수사랑교회 지하 1층 식당에는 이른 아침부터 40여명의 성도들이 모여들었다. 국민일보와 농협중앙회가 후원하는 ‘사랑의 김장나누기’ 행사의 일환이었다. 주홍색 앞치마를 두르고 빨간 고무장갑을 낀 교인들은 오전 일찍부터 손놀림이 분주했다. 일부는 주방에서 돼지고기를 삶거나 참가자들이 마실 생강차를 끓였다. 흥겨운 김치축제 같은 분위기였다.
행사 참가자는 대부분 여성이었지만 남성도 적지 않았다. 이필우(54) 권사가 대표적이다. 직장에 다니는 이 권사는 이날 하루 회사에 연차를 내고 동참했다. 그는 김장김치가 담긴 아이스박스를 나르거나 절임배추를 옮기는 일 등 힘쓰는 일을 도맡았다.
예수사랑교회는 본보가 2008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에 3년 연속 동참하고 있다. 행사에 개근하고 있는 조현숙(42·여) 집사는 “행사에 참가하는 게 번거롭다거나 귀찮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열정적으로 행사에 참가하는 동료 성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은혜를 받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이날 담은 김치는 1000포기 분량. 지 목사는 “뭔가를 받을 때보다는 줄 때 엔도르핀이 더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봉사의 기쁨이 얼마나 큰지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일보와 농협의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는 지난달 26일 서울 성동구 옥수중앙교회를 시작으로 30일에는 경기도 고양 덕양구 예수인교회에서도 진행됐다. 오는 4일과 7일에는 서울 강서구 엘림교회, 고양 덕양구 사회복지법인 효샘에서도 각각 진행된다.
이날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지하 3층 식당. 성도 70여명과 사회선교기관 ‘나눔의 집’에서 사역하는 성직자 등 약 100명이 부직포 재질의 위생복을 입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제5회 ‘성 니콜라 데이’ 행사의 하나로 개최한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다. 성 니콜라는 산타클로스의 원형이 된 인물로, 성공회는 2011년부터 해마다 기념행사를 열어왔다.
이날 성도들은 모두 4000포기 김치를 담갔다. 한쪽에서 배추에 김칫소를 버무린 뒤 가운데 테이블로 옮겨 5㎏상자에 3쪽씩 나눠 담았다. 스티로폼 포장 상자 1004개가 나왔다. 성당 마당에 주차된 푸드뱅크 차량에 싣는 것까지 조를 짜서 체계적으로 움직였다. 평생 교회에서 봉사 활동으로 잔뼈가 굵은 어머니회 회원들이 다수였다. 팔순의 홍만희 성도는 “교회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게 습관처럼 돼 있어서 나왔다”며 “이런 행사가 열리는데 집에 있으면 마음이 편치 않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김근상 주교와 한·일 협동위원회 회의 참석차 한국을 찾은 일본 성공회 관계자 6명도 김치 담그기에 동참했다. 김 주교는 “아직 김장조차 못한 이웃들이 마음이라도 따뜻하게 보내길 바란다”며 “김치로 인한 푸근함을 다른 분들과 나누게 되어 기쁘고 그 마음이 모두에게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 규슈 교구의 무토 켄이치 주교는 “일본에서도 과거엔 반찬을 함께 만들어 나누곤 했다”며 “오늘 김치 만들기를 처음 해봤는데 매우 재밌었고 직접 만들어 나눠준다는 것이 새삼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행사에는 대한성공회 어머니연합회, 성공회푸드뱅크 등이 함께했다. 이 김치는 지역자활센터와 지역아동센터 등 25개 기관으로 전달된다.김나래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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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 주교님도… 일본인 성직자도… 휴가 낸 권사님도… 함박눈 속 ‘사랑의 김장나누기’ 웃음꽃
입력 2015-12-03 18:15 수정 2015-12-03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