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과열됐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일반인은 평생 한 번 만지기 힘든 돈을 받는 ‘몸값 거품’ 논쟁도 이뤄지고 있다.
FA 시장은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FA 과열 논쟁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넥센은 이택근을 4년 50억원에 영입했다. 넥센은 “두 해전 자금난으로 LG로 떠나보낸 이택근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며 대형 계약을 했다. 하지만 그때도 몸값이 지나쳤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 해 김주찬은 똑같은 금액으로 KIA로 이적했다.
거품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2013년 롯데 강민호 계약이었다. 강민호는 4년 75억원이라는 잭팟을 터트렸다. 그리고 이듬해 미국 생활을 청산한 윤석민이 친정팀 KIA와 4년 90억원이라는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는 박석민이 역대 최고 금액인 4년 96억원을 받고 NC 유니폼을 입었다. 각 구단은 한 해 운영비로 200억원 가량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술적으로 80억원짜리 선수를 두 명 쓴다면, 구단은 해마다 운영비의 20% 가량을 이 두 선수에게 쏟아 부어야 된다.
이런 기형적인 구조는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때문이다. 모든 구단이 선수 부족을 호소한다. 특히 NC와 kt가 2년의 간격을 두고 1군 무대에 뛰어들면서 선수 기근은 더욱 심해졌다. 선수 부족이 심화되면서 반대로 선수들의 몸값은 폭등했다. 실제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 포수로 꼽히는 박경완과 진갑용은 2006년 FA 당시 각각 2년 10억원, 3년 26억원을 받았다. 하지만 2013년 강민호의 경우 포수 품귀현상이 이뤄지면서 천문학적인 돈을 챙겼다.
역대 최고 FA 잭팟을 터트린 박석민은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박병호와 비슷한 돈을 매년 받게 된다. 박병호는 2일 미네소타와 4년 1200만 달러, 5년째 구단 옵션이 낀 18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미국 세율을 적용하면 박병호는 매년 16억원을 받는지만 박석민은 18억원을 손에 쥐게 된다.
FA가 과열되면서 프로야구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도드라지고 있다. 저연봉 선수의 처우는 여전히 박하다. 2010년 2400만원이었던 최저연봉은 5년이 지났지만 단 300만원 오르는데 그쳤다. 내년부터 1경기당 대략 1700만원을 받는 박석민이 단 두 경기만 나와도 최저연봉을 뛰어넘게 된다.
적자 구조의 한국 프로야구에서 지나치게 치솟은 FA 몸값은 공멸을 부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은 홍보 효과로 모기업을 달래고 있지만 득보다 실이 많아지면 그룹의 지원을 요청할 명분이 없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 철폐가 거론된다. 일본 프로야구는 1군 출전 제한을 두되 영입은 자유롭게 하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FA 거품을 없애고 싶지만 성적 때문에 정작 영입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외국인 선수 보유나 출전 인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기획] FA 몸값 ‘버블버블’… 저연봉자 ‘부글부글’
입력 2015-12-04 04:00